(서울=연합인포맥스) 정부가 지난주 발표한 '파생상품시장 발전 방안'. 금융시장을업그레이드 시킬 디딤돌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고용 면에서는 아쉬운 점도 있다.

금리선물시장 활성화를 위해 은행권에 국채선물20년물 직접거래를 허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거래 활성화 차원에서 국채선물 시장의 가장 큰 손인 은행권의 적극적인 참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효율성의 측면만 보면 나무랄 데가 없지만 고용의 측면에서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은행권의 국채선물 직접매매는 가뜩이나 어렵게 살림을 꾸리고 있는 선물사의 생존에 위협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과 시카고는 왜 자갈치 공동어시장식으로 거래할까





<아웃크라이(outcry) 방식으로 거래하고 있는 뉴욕증권거래소>



전세계 IT 흐름을 주도하는 미국은 아직도 오프라인으로 된 플로어에서 거래를 성사시키는오픈 아웃크라이(open outcry)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시카고선물거래소 등 세계 수준의거래소들은 플로어에 참여한 사람들이 직접 거래를 성사시킨다. 심지어 뉴욕이나 시카고의 상품 거래소는 손발짓을 써 서 고함 지르는 방식으로거래를 성사시킨다. 우리나라의 자갈치에 있는 공동어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전근대적인 방식이다. 아웃크라이 방식으로 호가를 중개하는 사람들은스페셜리스트로 고액의 연봉자들이다. 효율성만 따지는 우리나라 거래소처럼 전산시스템에 의존했다면 역사박물관에서나 찾을 수 있을양질의 일자리들이다.

◇금융은 수수료 산업…연기금 활용방안부터 찾아라

우리나라도 미국의 아웃크라이 방식처럼 시장의 효율성도 좋지만 고용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고민할 때가 됐다. 일자리를 위해서라면 자갈치 공동어시장식의 비효율성도 감내할 수 있다는 사회적 컨센서스가 필요하다.

당장 각종 연기금이 거래 증권사,자산운용사,선물사 등에 거래 수수료를 제대로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한국식 아웃크라이가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400조원,우정사업본부 110조원와 한국은행 외환보유고 3천200만달러, 한국투자공사(KIC) 600억달러 등을 천문학적인 현금성 자산을 가진 자산운용의 초강대국이다. 제대로된 수수료만 지급됐다면 각 금융사들의 사정이 지금보다는 훨씬 나아졌을 게 틀림없다.

◇감사원 감사 방식부터 바꾸자

당장 연기금에 대한 감사원 감사 등이 수수료 부문에 집중되는 데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는 데 금융당국이 앞장설 필요가 있다. 각종 연기금은 감사원 감사가 무섭고 귀찮아 국내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쥐꼬리 수수료를 강요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도 연기금과 거래한다는 광고효과를 위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덤핑 수수료를 감내하고 있다.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융 수수료의 악순환이되풀이 되면서 엄청난 현금성 자산을 가진 나라의 금융기관들은 배를 곯고 있다. 당국이 나서서 없애야할 적폐가바로 이런 것이다.

우회생산효과는 제조업에만 있는 게 아니다. 증권사나 선물사 등 중개회사를 거치며 발생한 수수료는 다시 그들의 종자돈이 돼자기매매 형태 등으로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일자리도 이런 곳에서 생긴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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