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연락처 dollar@kita.net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당신은 질주하는 기차를 운전하고 있다. 그런데 저 앞 철로에 5명의 인부가 일하고 있다. 속도가 빨라 브레이크를 밟아도 기차를 멈출 수 없다. 대신 오른쪽에 비상철도가 있다. 그 철도 위에는 1명의 인부가 일하고 있다. 당신은 지금 당장 철로를 바꿀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대다수 학생의 대답은 ‘철로를 바꾼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샌델은 또 다른 상황을 제시하였다. “당신은 다리 위에 서서 폭주하는 기차를 내려다보고 있다. 기차는 5명의 인부를 향하여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있다. 그런데 당신 옆에는 엄청나게 뚱뚱한 사람도 그 광경을 보고 있다. 만일 당신이 그 사람을 철로에다 밀어버리면 기차는 멈추고 인부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학생들은 와~ 하고 웃었지만, 민감한 문제라 선뜻 대답을 하기 어려워했다. 첫 번째 상황이나 두 번째 상황이나 내용은 같다. 다섯 사람의 인부를 구하고자 뚱뚱한 한 사람을 희생하는 일에 주저한다면, 졸지에 횡액을 당할 한 사람의 인부를 고려해 기차 진로를 바꾸기에 역시 주저해야 할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어차피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무엇을 희생해야 한다면 우리는 보다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하나를 희생하여 얻는 또 다른 것이 과연 값어치가 더 큰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소탐대실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금융당국이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이라는 것을 내놓았다. 우선 첫 느낌은 이런 내용을 언필칭 ‘발전방안’이라고 명명한 강심장이 놀라울 따름이다. 발전은커녕 후퇴한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정부는 입만 열었다 하면 ‘규제철폐’를 외치는데, 이 방안은 오히려 규제와 제한으로 투자자들을 꽁꽁 묶어놓고 있다. ‘발전(!)’ 방안에 따르면 당국은 ‘개인투자자의 무분별한 투자로 손실이 크다’는 이유로 일정시간 교육을 마치고 또한 3천만원 이상의 자금이 있는 ‘적격’ 개인투자자들만 파생상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단다.

좀 심하게 말하여 ‘웃기는 발상’이다. 당국이 그렇게 걱정해주지 않아도 투자자들은 충분히 똑똑하다. 수익이 날만 하니 파생상품에 뛰어드는 것이지, 손해날 일이라면 아무리 독려해도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정부가 아무리 부동산을 사라고 애원해도 부동산 값은 꿈쩍하지 않는 것이 좋은 사례이다.

샌델의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폭주하는 기차가 내린 최악의 선택이 무엇인지 아는가? 기관사는 비상철로로 진로를 바꾸지도 않았고, 오던 길을 그대로 달리지도 않았다. 대신에 그는 인부들을 구한다는 이유로 억지로 급브레이크를 밟아 기차를 세웠고, 급기야 기차가 탈선해 승객 수백 명이 다치는 참사를 낳았던 것이다. - 혹시 금융당국이 이런 짓을 한 것은 아닌가?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기술적분석이란 과거의 경험을 반추하는 것이다. 예전에 ‘이러저러하였을 때’ 주가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눈여겨 기억해두었다가. 그것과 똑같은 일이 벌어질 때 앞으로의 주가 역시 과거와 같이 움직이리라 예상하는 것이 기술적 분석의 원리이다. 우리가 다 아는 뻔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이유는 또 한 차례 과거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나는 코스피지수의 조정이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 중의 하나로 20일 이동평균선이 무너진 것을 제시하였다. 코스피지수는 6월13일(하필 그날이 13일의 금요일이었다!)에 20일 이동평균선을 하회하였던 터. 과거의 경험을 되살린다면 20일 이동평균선이 무너졌을 때(3월12일, 혹은 4월25일 등) 지수는 꽤 오랜 기간을 하락, 조정장세를 맴돌았다. 그러기에 주가가 지난주 금요일(6월20일, 비록 13일의 금요일은 아니었지만)에 길다란 장대음선을 그리며 하락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여전한 조정장세이기 때문이다.

20일 이동평균선은 누구나 잘 아는 시장의 중심. 주가가 그걸 무너뜨리고 아래로 내려섰으니 시장이 맥을 추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20일 선이 무너졌는데도 상승에 ‘미련’을 품을지 아니면 일단 시장에서 한발 물러날지 선택하는 것은 투자전략 혹은 투자심리의 차원이니 또 다른 이야기가 된다.

여하간 교과서적으로 말하여 20일선이 무너졌으므로 주가가 20일선을 재탈환하기 전까지는 시장이 씽씽 상승하기는 어렵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목균형표로는 아직 주가가 구름 위, 즉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구름은 우리에게는 든든한 지지선이 될 전망이다.

20일 이동평균선과 일목균형표를 결합한다면 일단은 조정 장세이로되 구름 하단이 버티는 1,964 언저리부터는 강한 매수세가 예상된다. 여타 단기 기술적 지표들도 바닥권인바 이제는 슬슬 저가매수에 나서도 되겠다. 물론 최악도 대비해야 한다. 코스피지수가 구름 하단인 1,960마저 무너뜨린다면 얼른 비중을 줄이고 재차 관망모드로 들어가야겠지만 말이다.

(달러-원 주간전망)

한숨이 나온다. 이 글을 쓰면서 한숨이 나오지 않았던 때가 별로 없기는 하지만 여하간 요즘 달러-원 환율의 차트를 살피노라면 저절로 길게 숨을 내쉴 수밖에 없다. 도무지 움직임이 없기 때문이다. 월드컵의 열기 속에서도 그나마 주식시장은 오르내림이(물론 요즘은 주식시장에서도 변동성이 크게 줄었다만) 있으나, 외환시장은 그야말로 정중동이다. 1,020원을 사이에 두고 오락가락하는 정도이다.

이런 판국에 기술적 분석이 무어 의미가 있을꼬. 그저 월드컵이 지나가기를 혹은 수급이 몰릴 월말이 되기를 기다릴 뿐이다. 당장에야 당국의 눈치도 있고, 시장 스스로 부담도 있으니 환율이 크게 밀리지는 않겠으나 수출업체 네고물량이 대기하는 이번 주 후반, 즉 월말이라면 사정은 다르겠다. 과거 1,020원이 무너질 때에도 월말에 한 차례 먼저 일시적으로 붕괴하였다가 다시 회복되고 그런 연후에 와르르 붕괴하였던 터. 이번에도 그런 상황이 예상된다. 그게 반드시 ‘6월말’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만.

달러-원의 추세는 말할 나위 없이 하락세. 길게 떠드는 것은 부질없다. 그런데다 누구나 1,000원이 강력한 심리적 지지선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는 바, 이것 역시 주절주절 언급할 게 아니다. 다만, 모든 사람이 중요하다고 여기고 ‘설마 당장에야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1,000원이 붕괴됐을 때의 파장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태풍이 몰아닥치기 전에는 고요한 법. 요즘이야말로 ‘네 자리 숫자’에서 ‘세 자리 숫자’의 환율로 접어들기 직전, 마치 폭풍전야 같은 느낌이다. 차트에는 볼린저밴드의 폭이 좁혀들고 있다. 역시 조만간 변동성이 확대될 것을 예고하는 신호이다. 그저 아슬아슬할 따름. 지난주에도 주장하였듯 이런 판국에 ‘롱’ 포지션에 기대기는 싫다. 내 대신에 누가 달러를 좀 사준다면, 그래서 환율이 좀 반등한다면, 그때마다 팔고 싶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기에 1,020원 언저리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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