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정부가부동산 경기 부양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진원지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다. 최 후보자는 '한겨울에 여름옷을 입은 격'이라는 말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암시했다. 가계 부채 1천조 원 시대에 LTV·DTI 완화가 우리 경제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찬반양론을 대변하는 네 명의 경제전문가를 만나 인터뷰했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분석실장>

(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분석실장은 국내 소비부진은 가계의 디레버리징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이며 가계의 부채상환부담을 낮추거나 소득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LTV나 DTI에 손을 대 레버리지 확대를 유도하는 주택금융규제 완화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임일섭 실장은 ▲▲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내정자의 발언에서 촉발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움직임은 최근 일고 있는 내수부진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1분기 자금순환 잠정치에서 가계의 금융기관 차입 증가액이 직전분기 25조 2천억 원에서 3조 3천억 원으로 둔화하고 기업의 자금부족 규모도 같은 기간 8조 9천억 원에서 6조 4천억 원으로 축소됐다고 공개했다.

임일섭 실장은 가계의 차입이 줄어든 것은 디레버리징에 착수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정부의 경기 부양책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계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가계가 소비를 덜 하는 만큼 다른 쪽에서 늘어나면 된다"며 "가계 대신에 돈을 써줄 수 있는 경제 주체, 가계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의 소비를 지원하거나 가계의 디레버리징 고통을 덜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LTV·DTI의 미세조정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거나 거래가 증가한다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임일섭 실장은 "현재도 부동산 가격, 부채수준이 부담스러운 수준인데 완화 정책이 의도한 효과를 달성한다는 것은 집값상승, 가계부채 확대를 의미한다"며 "장기적으로 바람직한지, 지속 가능한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래는 임일섭 실장과 나눈 일문일답.

--최경환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LTV·DTI를 계절에 맞지 않는 옷에 비유하며 완화 의지를 드러냈다.

▲최근 수출도 그렇고 내수부진 이야기가 많다. 획기적인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컨센서스가 있고 이를 배경으로 최경환 내정자가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모인 상황이다. 내수부양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부동산 시장이니 여기에 민감한 규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로 파악한다.

--부동산 자산효과로 소비활성화를 꾀하겠다는 의도라는 이야기도 있다.

▲내수부진 상황은 디레버리징으로 봐야 하지 않나 싶다. 가계부채가 과도하다는 지적과 버블 논란도 있었다. 극적인 위기는 없었지만, 부채부담이 과도하다면 가계는 디레버리징에 들어간다. 소득대비 부채비율을 줄인다든지, 원리금 상환에 적극 나서서 부채 부담을 줄인다. 소득이 늘어도 소비를 안 하고 저축을 하는 것인데, 이 디레버리징이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면 소비 부진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고 내버려두자는 것은 아니다. 가계가 소비를 덜 하는 만큼 다른 쪽에서 더 늘어나주면 된다. 그런데 LTV, DTI를 완화하겠다는 것은 레버리지 확대를 유도하는 것이니 방향이 안좋다. 가계 대신에 돈을 써줄 수 있는 경제 주체, 가계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의 소비를 지원하는 정책이나 디레버리징에 수반되는 고통을 덜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어떤 정책이 가능할까.

▲소득확대 방안이나 금리인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저금리는 두가지 측면이 있다. 빚을 다시 늘릴 수 있기도 하고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여 좀 더 빨리 좀 더 많이 빚을 갚게 할 수도 있다. 양가적인 측면이 있는데 지금은 금리를 떨어뜨린다고 해서 부채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거시 상황을 보면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이다.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딜레마가 있다. 경제 성장률을 낙관하면서 금리를 내리는 것은 모순이다. 하반기 경기 개선이 기대된다면서 추경을 한다거나 경기부양책을 거론하는 것이 그렇다. 올해 경제전망이 생각처럼 낙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LTV·DTI 완화가 부동산 시장의 가격 상승, 거래증가를 가져올까.

▲어렵다. 만약에 가져온다면 의도한 효과를 달성한다면 그것도 문제다. 기대만큼 큰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만약 활황으로 돌아서면 문제다. 의도한 효과를 달성한다는 것은 집값 상승, 가계부채 확대다. 장기적으로 바람직한지, 지속 가능한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물론 미세조정 여지는 있다. DTI가 왜 50%이고 55%는 안 되느냐 든지, 자산가의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LTV도 지역별로 변동성이 큰 곳과 안정적인 곳이 있다. 거기에 따라 안정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이건 말 그대로 규제개혁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지 경기부양과 관계없다.

다만, 젊은 직장인에게 미래소득 기초해 DTI를 적용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집은 가장 비싼 내구재다. 이걸 자기 돈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내집마련을 통한 주거안정이 바람직하다고 할 때 대출은 피할 수 없다. 규제를 합리화할 필요는 있지만, 그렇더라도 주거정책 측면에서 하는 이야기지 내수부양과는 구별해야 된다.

--LTV, DTI를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잘 모르겠다. 사실 LTV평균이 40%라는 것은 상한선인 70%에 걸려 있는 한계 상황의 대출자가 많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연봉의 50%를 주택대출상환에 쏟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 LTV를 70%로, DTI를 50%로 하는 게 정상적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마지노 선상에 걸려 있는 분들이 좀 편해지는 효과는 있을 거다. 그러나 그게 얼마나 많을까. 한계대출자가 다수여서 내수가 부진하다면 효과가 있겠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공유형 모기지 같은 장기대출상품은 필요하다. 집이란 건 대출없이 사기 어렵다. 평생 전세사는 것이 답도 아니고. 집값이 안정될수록 전세도 올라가고 월세도 올라간다. 긴 안목으로 젊은 사람들이 집을 구매할 수 있는 금융측면의 고민이 필요하다.

spna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