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박근혜 정부가 국정 표어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지 않았나. LTV, DTI 완화도 그 차원에서 보면 될 것 같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LTV, DTI 완화를 시사한 데 대해 일각에선 "빚내서 집사라는 소리냐"라는 반발의 목소리도 크지만, 권주안 한국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연합인포맥스가 27일 서울 여의도동 그의 연구실을 찾았다.

권 연구원은 과거 주택시장 정책을 통한 직접적인 규제로 접근하는 것보다 '돈줄'을 죄는 정책이 가장 유효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비이락인지는 몰라도 다른 규제 정책들을 펴다가 금융 분야에서 대출 규제를 하니 참여정부 이후부터 비정상적으로 뜨거웠던 시장이 식고, 수요가 잦아들었다"며 " 금융 규제가 효과가 있었던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당시의 금융 규제 정책이 과열기의 부동산 정책을 통한 직접규제가 소용없던 때에 도입했던 것인 만큼, 지금과 같은 침체기엔 규제를 푸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권 연구원은 "LTV, DTI 규제가 가계부채 관리를 표방했다고 했지만 (규제 시에도) 부채 외형이 줄지 않았고, 연체율이 떨어진 것도 아니었다"며 "금융 규제를 풀면 주택시장에서 거래가 살고, 옥죄면 거래가 죽는 것"이라고 말했다.

'빚내서 집을 사는' 식의 부동산 경기부양이 가계부채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에 대한 답이었다.

당장 부동산 경기 부양이 가격을 띄워 자산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라는 데엔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자산효과라도 얻겠다는 건 맞지만,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시장 참가자들 심리상 이미 실기(失期)했다고 본다"며 "이미 많은 정책으로 한다면서 안 하고, 정부가 하려고 하면 국회에서 엇박자 내고, 그 와중에 다른 일들이 터지고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주택매입) 심리가 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당연히 아무 효과도 없을 것으로 보이는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이유가 뭔지 의문이 따른다. 그는 이에 대해 개별 정책이 표방하는 기대효과 이후의 상황을 논했다.

권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에 거래 없고, 내수 진작 없어도 시장이 죽는 건 아니지만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없어진다. 규제 완화로 자산 가격이 더 내려가는 것만 막아도 의미가 있다"며 "일단은 지금 당장 실효성은 묻지 말자는 것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큰 틀로, 시장을 통틀어 보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작년 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 폐지, 수직 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 이미 부동산 시장의 규제는 풀릴 만큼 풀렸다는 평가도 있다. 그럼에도 정책이 '약발'이 먹히지 않았던 것은 수요자들의 구매력이 나아진 게 없기 때문이었다.

이에 권 연구원은 "그래서 금융 규제 완화가 더 강한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지금 그나마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임대사업자나 대출 상환 능력이 있는 고소득자일 텐데 그들만이라도 당장 유인해 시장을 돌게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일반 서민이 빚을 내고 집을 사는 데 대해 반감이 있다는 지적엔 "경제 회복을 위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에서도 당장엔 그런 구매층이 없다"며 "그게 심각한 문제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어떻게 여건을 만드느냐를 봐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측면에서 연초 거래량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다가 정부의 임대소득 과세 방침 발표에 열기가 식은 것이 아쉽다.

그는 "주택 임대차 시장 시스템을 선진화하겠다는 취지를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전략에 문제가 있었다"며 "소득에 세금을 매긴다는 원칙이 있는 건 좋지만 원래 있던 제도가 새로 생기는 것처럼 받아들여지면서 부정적 반응들만 불렀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LTV, DTI도 규제 자체가 필요 없다는 게 아니라 정부가 하지 말고 은행이 자율적으로 하라는 의미"라며 "과점 은행들이 경쟁하게끔 하고 직접 위험을 감수해가며 자구책을 만들게끔 하자는 것"이라고 대출 규제 완화의 의도를 곡해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권 연구원은 마지막으로 "대출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건 비정상의 정상화를 통해 금융권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기르고, 당국은 규제만 만들어 따르라는 대신 좀 더 관리에 힘을 기울이자는 의미"라며 "금융상품이 가져야 할 덕목의 하나로 복지를 꼽는 이유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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