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진원지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다. 최 후보자는 '한겨울에 여름옷을 입은 격'이라는 말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암시했다. 가계 부채 1천조 원 시대에 LTV·DTI 완화가 우리 경제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찬반양론을 대변하는 네 명의 경제전문가를 만나 인터뷰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주택금융규제 완화는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명목가치를 묶어 둔 가운데 실질가치 하락을 유도함으로써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홍헌호 소장은 27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완화론은 정책으로서 생각해볼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부동산 시장이 한겨울이라는 인식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월별 주택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을 보면 1월 0.24%, 2월 0.20%, 3월 0.23%, 4월 0.06%, 5월 0.02% 등 상승폭은 줄고 있지만,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범위를 수도권으로 좁히더라도 하락세를 보인 것은 4월과 5월 두달 간인 데다 하락폭도 각각 -0.02%와 -0.07%로 미미하다.

홍헌호 소장은 "LTV·DTI를 풀자면서 한겨울을 이야기하는데 이건 레토릭일 뿐"이라며 "지금 부동산 시장은 한겨울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MB정부도 이렇게 공세적으로 나오지는 않았다"며 "대기업과 부유층에 둘러싸여 내 놓은 것이지 정책으로서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비판했다.

홍헌호 소장은 LTV·DTI를 풀게 되면 결국 청년 세대의 주택구입부담을 늘려 세대간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하며 지금 수준에서 주택가격을 묶어두고 소득을 꾸준히 올려가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청년 세대는 일자리도 없는데 그들에게 희생하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한 는 그는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하지 않는다면 기성 세대가 참고가야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홍헌호 소장은 "지금 부동산 시장은 바닥을 다지고 있다"며 "마약과도 같은 LTV·DTI 완화를 동원할 상황이 전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래는 홍헌호 소장과의 일문일답.

-- 최경환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LTV, DTI를 계절에 맞지 않는 옷에 비유하며 완화 의지를 드러냈다.

▲이해가 안 간다. 최경환 부총리 내정자는 강만수 전 장관과 큰 차이 없는 것 같다. 부동산 시장이 한겨울이라며 LTV·DTI 완화를 이야기하는데 레토릭이다. 전혀 관계없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분석해보니 글로벌 금융위기 때 2008년 11월과 12월, 2009년 1월 3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이 4%가량 빠졌다. 2012년에는 7% 내렸다.

최근에는 1~3월까지 1.2% 올랐고 그다음 2·26대책, 3·5대책으로 쭉 오르다 4월 0%, 5월 -0.1%였다. 이게 무슨 한겨울인가. 연착륙 방향은 이해하지만 두달 동안 겨우 0.1% 내렸다. 대기업과 부유층에 둘러싸여 내놓은 것이지 정책으로서 생각해볼 가치가 없다.

심하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겨우 0.1% 빠졌는데 한겨울인가. 결국, LTV·DTI 완화론의 배경은 정권 지지층이나 부유층 퍼주기지 시장활성화 정책도 아니다. 1년 사이에 주택가격이 10%가량 내릴 우려가 있다거나 금융위기라면 다르다. MB 정부도 일부 완화는 했지만 이렇게 공세적으로는 안 했다. 최후의 보루라고 지켰다.

--일부에서는 자산효과를 노렸다는 이야기다.

▲2000년 이후 경제상황의 변화를 보면 자산효과 운운할 단계가 아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다. 2000년과 지금 국민계정을 비교해 보면 가계가 순이자를 30조 원가량 손해 보고 있다. 이런 데 부동산투기 부양하고 하면 자산효과가 나타날까.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크다. 자산효과가 의미 있게 나타날 것 같지 않다.

가계부채 급증의 역기능과 자산효과의 순기능 각각의 기회비용을 비교하면 자산효과를 운운할 단계가 전혀 아니다. 해마다 가계가 30조 원을 손해 보고 있는데 가계부채가 늘어 일본식으로 붕괴하면, 역의 자산효과는 상상이상이다.

--LTV·DTI 완화가 효과 있을까.

▲실증 연구가 있다. KDI 연구결과를 보니, LTV를 50%에서 60%로 완화하면 주택가격은 0.7%, 가계부채는 2%포인트(2013년 기준 약 29조 원) 증가한다고 한다. 이건 하지 말라는 의미다. 겨우 0.7% 오른다면 효과라고 보기 어렵고 부채가 30조 원이 는다면 부작용이 더 크다.

4~5년 전부터 계속한 이야기하고 있는데 가격을 현 수준에서 동결시켜야 한다. 그러면 주택의 실질가치가 떨어진다. 이건 양쪽 다 이익이다. 청년 세대는 가격이 내려가서, 하우스푸어인 기성 세대는 주택시장이 연착륙해서 이익이다. 주택가격 변동폭을 -1~1% 정도로 꾸준히 끌고 가면 좋다.

--혹자는 LTV·DTI를 완화해도 주택가격 급등은 없다고 주장한다. 2008년 가격 하락의 경험과 가격 급등 시 이를 잠재울 충분한 대기물량이 있다는 게 근거다.

▲인허가 대기물량이나 토지재고가 있다고 하더라도 공급이 쉽지는 않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SH공사가 토지재고 때문에 빚더미에 앉았다. 이 재고는 토지가격이 비쌀 때 사들인 것들이기 때문에 사업성 문제가 발생한다.

주택가격이 급등하지 않고 물가상승률 수준에서 상승하더라도 청년 세대는 지금의 높은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에 시달리게 된다. 486, 586세대가 청년 세대보다 힘든가. 경착륙만 안 한다면 참고 가야지 일자리도 없는 청년 세대에게 희생하라고 할 수 있나. 급등하지 않기 때문에 완화해도 괜찮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LTV·DTI를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1금융권의 LTV 완화는 가계부채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도 주장한다.

▲LTV·DTI 완화 명분을 쌓기 위한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세부적으로 들어갈 주제가 아니다. 가계부채 전체가 증가하느냐 감소하느냐 이것이 중요하다.

정말 시장이 어렵다면 어느 정도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부동산업자들도 시장이 바닥에 와 있다고 한다. 바닥을 다지는 시기는 꽤 오래가겠지만 경착륙 가능성은 낮다. 집값은 현 수준을 유지해 실질가치를 떨어뜨리는 게 좋고 온기를 도모한다면 부유층이 돈을 쓰게 하는 편이 낫다. 이번 LTV·DTI 완화는 뜬금없다. 이건 마약이다. 사람이 죽어가는 거라면 마약을 쓸 수 있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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