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신보, 동부제철 두고 '평행선' 여전

동부, 오늘 자율협약 신청…산은, 동의절차 착수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신용보증기금이 동부제철의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채권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채권단은 신보가 기업 구조조정을 다루는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상식에 반하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채권단과 신보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걸으면서 유동성 위기로 당장 '수술'이 필요한 동부제철의 구조조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이날 오전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실무진급 회의를 열고 동부제철의 자율협약 진행을 위한 사전 협의를 진행했다.

산은과 수출입은행, 정책금융공사, 신보 등 정책금융기관과 농협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국민ㆍ외환ㆍ기업은행 등 시중은행 채권단의 부ㆍ팀장급 2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신보는 "향후 동부제철에 제공한 채권을 변제할 때 신보에 우선변제권을 줘야 자율협약에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채권단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채권 변제는 채권단이 제공한 채권의 비율대로 변제한다. 그러나 신보는 자신들이 제공한 채권을 우선 변제하고, 나머지 채권에 대해 채권단이 채권비율대로 나누라는 주장을 폈다.

채권단은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상식에 반하는 논리라는 것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제공한 채권의 손실이나 변제는 채권비율에 따라 공평하게 하는 게 상식이고 원칙이다. 채권단 대부분이 신보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신보는 당초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내놔야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금융당국이 나서 동부제철의 원만한 구조조정에 협조해 달라고 설득하고 나서자 새로 들고 나온 게 우선변제권이다.

그러나 신보의 요구에 채권단이 반발하면서 동부제철의 자율협약 체결 여부는 또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채권단 회의에서 나온 내용은 비공개로 하기로 해 자세히 언급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산은은 금융당국과 함께 신보와 협의를 더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산은은 이와는 별도로 동부제철에 대한 자율협약 체결을 위한 채권단 동의절차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산은은 "동부제철이 이르면 오늘(30일) 자율협약 신청서를 내면 내달 1일 자율협약 체결을 위한 채권단 회의 개최를 통보하고 안건을 배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pisces738@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