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진우 특파원 =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개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대한 논란이 월가에서 이어지고 있다.

대형은행 중 유일하게 '불합격'의 멍에를 쓴 씨티그룹은 즉각 반발했고, 일각에선 연준의 테스트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씨티그룹은 14일(미국 동부시간) 블로그에 "간단하게 말해 연준이 우리의 자본 계획을 거절한 것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 못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밝혔다.

연준이 시행한 모든 테스트를 통과했는데, 단순히 자본 계획을 거절당했다는 이유로 테스트 전체에 '불합격'했다는 멍에를 씌우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전날 연준은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씨티그룹이 신용 경색 등 가상상황에서 핵심 자기자본이 기준치인 5.0%에 못 미쳤다고 밝혔다.

시장은 당연히 이를 씨티그룹이 테스트에 '불합격'한 것으로 받아들였지만, 씨티의 주장은 다르다.

이번 테스트 결과 자신의 핵심 자기자본은 5.9%로, 연준의 기준치(5.0%)를 통과했으며, 계획대로 배당할 경우 핵심 자본이 기준치 밑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계획을 거절당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추가적인 배당이 거절당했을 뿐, 테스트에는 합격했다는 것이 씨티의 논리인 셈이다.

이번 테스트는 실업률이 13%로 치솟고, 주가는 50% 폭락하며, 주택가격이 21% 추락하고, 다른 주요국 경제도 심각하게 위축되는 상황 등을 가정해 여러 항목에 걸쳐 실시됐다.

일각에선 씨티가 연준에 '미운털'이 박힌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씨티의 비크람 판디트 CEO는 그동안 배당금 확대를 공언해왔지만, 연준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씨티는 2008년 금융위기 때 공적자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씨티는 그럼에도 배당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판디트 CEO는 이날 "배당을 할만한 충분한 자본이 있다고 믿는다"며 "당국을 만족하게 할만한 배당 계획을 연준과 함께 모색해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연준의 테스트 자체를 믿지 못하겠다는 의견도 나온다.

애버딘 자산운용의 피터 엘스톤 아시아 담당 스트래티지스트는 "많은 은행이 자산을 과대계상했기 때문에 (그들이 말한) 숫자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연준에 제출한 각 은행의 부실 대출 수치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테스트 결과가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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