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지난 1일 A증권사의 유명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SNS에 '나 역시 잠재적 범죄자다' 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그는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이 (개인에겐) 예측능력과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른 데 이어, 회사에선 비용부서라는 낙인까지 찍혔다"며 "이젠 구상권까지 청구한다니, 똑똑하고 파이팅 넘치는 젊은이들이 범죄집단의 일원으로, 이젠 빚쟁이로 내몰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하고 싶어 하는 직업이 되길 바랐는데 오히려 반대로만 가고 있으니 정말 답답하다"며 "더 깨끗하고 좋아지려고 시련이 오는것 아니겠느냐"고 한숨 섞인 바람을 덧붙였다.

그의 글은 SNS에서 많은 여의도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최근 금융권을 떠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는 현실과 겹치며 예전과 다른 애널리스트 위상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얼마 전 CJ E&M의 사전 실적정보 유출 이후 NHN엔터테인먼트 사태까지 발생하며 애널리스트는 여의도 공공의 적이 됐다. 금융당국은 애널리스트와 기업의 IR, 그리고 펀드매니저 사이의 검은 유착관계를 뿌리뽑겠다고 애널리스트를 집중적으로 공략했고, 증권사들은 구조조정이란 명분 아래 리서치 조직에 칼을 들이댔다.

특히 잠재적 범죄자로서의 낙인은 애널리스트를 크게 구속했다.

사내에서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되는가 하면, 기업들의 정보 구하기는 더 어려워져 이제 실적 컨센서스마저 내지 못하는 경우도 생겼다. 그간 정보를 공유하고 전달하던 방식이 변해야 하는 환경에 처하다 보니, 애널리스트의 업무 강도도 세졌다.

B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불법성에 있는 관행에 대한 지적은 업계가 겸허히 받아들이고 변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무조건 그럴 것이다는 선입견 속에 잠재적 범죄자 낙인을 찍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애널리스트라는 직업뿐만 아니라 우리 금융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도 고민해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애널리스트가 금융시장의 꽃이라고 불리던 것은 옛일"이라며 "살아남기 위한, 애널리스트로서의 소명의식을 다하려고 남은 사람들이 짊어져야 할 몫도 커지다 보니 책임감을 느끼는 만큼 안타깝기도, 씁쓸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산업증권부 정지서 기자)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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