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침체 일로를 걷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삼성발(發) 특수가 시장을 들썩이고 있어서다.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의 IPO 공식화는 국내 증권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삼성에버랜드의 IPO는 삼성그룹의 승계와 지배구도를 흔들 수 있는 빅딜이란 점에서 국내 증권사에도 '핫 이슈'였다.

당연히 어느 증권사가 IPO 주관사를 따낼 것인가에 대한 관심으로 시장은 달아올랐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KDB대우증권이 쟁쟁한 경쟁자들을 넘어 단독 대표 주관사로 낙점됐다.

한국투자증권에 삼성SDS 주관사를 빼앗기며 절치부심 '칼'을 갈았던 게 전화위복이 됐다.

대우증권은 IPO 주관사 '트라우마'가 있다. 중국고섬 IPO 주관사를 맡았다 큰 곤욕을 치른 이후 대우증권은 IPO 시장에 명함을 제대로 내밀 수 없었다.

삼성에버랜드 IPO 주관사를 따냈으니 대우증권은 말 그대로 경사였다.

'IB 명가'의 부활을 알리는 중심에 김상태 기업금융본부장(상무)이 있다. 1989년 대우증권으로 입사해 새내기 시절 증권신고서 쓰는 법부터 배우면서 IB에서만 꼬박 25년을 지낸 베테랑이다.

김 본부장은 삼성에버랜드 주관사를 따내고서 욕심이 붙었다. 빅딜로 평가되는 LIG넥스원의 IPO 주관사로 따내려는 것이다.

그는 7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있다"고 강조했다. "내가 LIG넥스원 경영진이라면 최근 큰 딜을 해 본 곳을 활용하겠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삼성SDS나 삼성에버랜드 IPO 주관사를 해 본 곳이 적임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IPO 주관사를 맡은 증권사가 LIG넥스원의 주관까지 맡기에는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세간의 지적에 반박한 것이다.

그는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 LIG넥스원은 모두 상장 시기가 달라 영향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우증권이 LIG넥스원까지 잡는다면 올해 IPO 부문 리그테이블의 최상위권 진입은 기정사실화한다.

이처럼 대우증권 IB는 자신감이 넘친다. 메리츠종금증권과 유진투자증권에서 잠시 외도를 하다 6년 만에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김상태 본부장이 큰 힘이 되고 있다.

물들어 올 때 배 띄운다는 말이 있듯이 김 본부장은 슬슬 살아나는 IPO 시장에서 대우증권의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노력중이다.

그간 대형 기업들의 IPO 주관에만 치중했다는 지적에 유망 중소기업의 발굴을 통한 코스닥 상장 지원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올 하반기에만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해 3~4개 업체의 상장신청서 제출을 계획하고 있다. 대형 딜 위주로 치우쳐 있던 트랙 레코드를 중소형 딜로 분산하겠다는 전략이다. 영업 전략도 투 트랙(two track)으로 짰다.

그는 홍콩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금융 중심지에 보유한 촘촘한 네트워크의 강점도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증권사만으로는 소화가 어렵고, 외국계 IB를 끌어들이기엔 부담스러운 3천억∼4천억대 IPO를 주관하는데 네트워크가 강한 대우증권이 적격이라는 것이다.

그는 "공모 사이즈가 3천억∼4천억원대가 되면 해외 투자자에 대한 세일즈가 필요하다. 외국계 IB를 주관사로 끌어들이는 것도 애매하다"면서 "해외 세일즈 파워를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데 이런 면에서 대우증권은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한편, DCM(부채자본시장)과 ECM(주식자본시장), 구조화금융 등 기업금융본부 안에서 할 수 있는 '토털 서비스' 업무에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 IB 사업부문 직속으로 생긴 기업여신부와도 협력할 계획이다.

대우증권 기업여신부는 증권업계 최초로 독립부서화 한 곳으로 기업의 단기자금 조달, 인수금융 지원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김 본부장은 "대우증권의 명성을 되찾아야 할 과제가 나에게 있다"며 명가 재건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jy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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