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구촌에선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현재 동북아를 둘러싼 국제 지역 환경을 보면 딱 그렇다. 냉전 시대의 진영논리가 사라지고 국제관계가 경제 이익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가까워지자 북한과 일본이 관계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종래의 패러다임으로는 해석이 되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을 제쳐 두고 한국을 먼저 방문했고 중국의 행보에 북한은 동해상에 미사일을 쏘는 것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시주석의 한국 방문에 맞춰 일본은 북한과 화해무드를 강화하고 있다.

피봇 투 아시아(아시아 회귀정책)를 천명한 미국은 동아시아에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힘겨루기를 계속하며 지난 주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개최했다.

이번 전략경제대화에서 눈에 띄는 점은 정치.외교안보.인권 등 여러 이슈에서 마찰을 빚었지만 경제 이슈에서만큼은 비교적 쉽게 합의점을 찾았다는 점이다. 양국이 첨예하게 맞서던 위안화 환율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여건이 되면 환율개입을 줄이겠다"고 했고, 미국은 "의미있는 정책 변화"라고 치켜세웠다.

환율 문제에서는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중국은 금융개혁을 위해 시장 지향적인 환율로 가야하고, 위안화를 절상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이러한 변화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내부의 불만을 잠재울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전에서 미국의 對中 무역적자 등이 이슈화할 수 있으나 중국의 환율 절상이 차단막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략경제대화의 또다른 성과물은 미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는데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고, 미·중 쌍방투자협정의 주요 항목도 타결에 도달한 것이다. 외교.안보에서는 마찰을 빚었으나 경제 부분에서는 매끄러운 협상이 진행된 셈이다. 돈 앞에서는 미국과 중국도서로의 이익을 찾아 윈윈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부상하는 중국을 중심으로 선진국의 질서 재편이 속도감있게 진행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강국들이 위안화 허브를 만들어 중국과 관계를 돈독히 하려하고, 러시아는 중국과 천연가스 협정을 맺어 경제와 외교안보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 보면서 돈이 권력이고 경제가 힘이라는 걸 절감하게 된다. 4조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가진 중국과 경제관계를 맺어야만 미래 경제의 먹거리를 찾을 수 있다는 세계 각국의 절박함도 엿보인다.

돈 있는 곳에서 권력이 나온다는 말은 최근 중국의 주변상황을 보면 잘 들어맞는다.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역할을 대체하겠다는 의도다. 이에 더해 브릭스(BRICS) 국가와 함께 2016년까지 신개발은행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른바 브릭스 은행으로 불리며 중국판 세계은행으로도 통한다. 중국은 또 이 나라들과 함께 통화기금도 만든다. 브릭스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상호부조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은행의 대항마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이 국제 금융계의 중심으로 점점 들어오고 있다는 뜻이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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