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규민 기자 = 글로벌 은행들이 내년에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과 유럽 은행권이 오는 2013년부터 도입되는 바젤Ⅲ 기준을 충족하려면 수십억달러의 달러화 자본을 확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은행들은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강등 압력도 받고 있다.

유럽의 경우 이미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고 유로존 재정위기로 은행권이 자금조달 압력을 받고 있다.

보스턴 컨설팅그룹(BCG)이 전 세계 145개 은행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바젤Ⅲ 조건을 충족시키려면 유럽 은행권은 약 2천210억유로(2천880억달러)를 조달해야 한다. 이는 유럽 은행권이 지난 금융위기 때 조달했던 금액의 3배에 달하는 것이다.

미국 은행권은 1천330억유로를 조달해야 한다.

은행들이 조달해야 하는 자금의 대부분은 세계경제 차원에서 시스템적 중요성이 높은 금융회사(G-SIFI)중 8개 미국 은행과 17개 유럽은행이 바젤Ⅲ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금액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바젤Ⅲ에 합의한 은행들이 핵심 자기자본비율(Tier 1)을 7%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은행 수익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은행들이 대출을 축소하면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 은행권은 유럽 은행들보다 수익으로 자본을 조달하는데 수월하겠지만, 은행권에 대한 압력은 여전해 투자자들이 얻는 수익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미국 경제가 회복 기조를 보이고 있긴 하나 미국에서 은행의 투기적인 움직임을 규제하기 위한 이른바 '볼커룰'이 은행권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 미 은행권의 앞날도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BCG은 모든 은행권이 자본확충과 수익감소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언급했다.

라누 다얄 BCG 선임 파트너는 은행업계가 전면적으로 변화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로드리고 퀸타닐라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이 앞날을 생각해 수입원을 물색해야 한다며 현재 은행들이 어디서 자금 조달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바젤Ⅲ와 볼커룰이 대형은행이 파산할 경우를 대비해 글로벌 금융업계를 보호하려는 것이지만, 오히려 은행들에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재정 취약국들의 국채를 대량 보유한 유럽 은행권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유럽은행감독기구(EBA)가 유럽 은행들의 기본자본비율(Tier1)을 7%에서 9%로 높이는 등 강도 높은 규제를 내놓은 데다 은행들의 재정 긴축까지 요구되고 있어 유럽 은행권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얄 애널리스트는 미국 은행권이 유럽 은행권이 직면한 자금경색까지는 아니지만, 완벽하게 건전하다고 말할 수 없고 내년 경기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퀸타닐라 애널리스트는 미국 은행권이 지난 몇년간 대손충당금을 줄여 순익을 늘렸지만,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내년 글로벌 경기둔화 여파로 은행권의 전망이 좋지만은 않다고 언급했다.

kk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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