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빅 랠리를 펼치는 서울 채권시장이 '칼끝의 꿀'을 핥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채 10년물이 연 2%대로 추락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봤을 때 통화정책 변경의 변곡점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 기준금리 한은 저항에도 이번에는 인하될 것

서울 채권시장은 성장론자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취임을 계기로 연 2.50%에 묶여 있는 한은 기준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강하게 몰아세우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8일 은행장들과 정례 모임인 금융협의회를 통해 금리는 금통위 결정 사항이라며 시장과 정부의 압박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서울 채권시장은 결국 기준금리가 두 차례에 걸쳐 50bp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사례로 볼 때 정부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폴리시 믹스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면, 한은 금통위가 외면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가 21일 취임 닷새 만에 이 총재와 조찬을 겸해 회동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정부와 한은 집행부 관계자 등도 세월호 사태로 소비가 당초 전망치보다 너무 가파르게 감소했다며 기준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일부 인정하고 있다.

◇ 통화정책의 변곡점이 생각보다 서둘러 올 수 있다

여태까지 서울 채권시장이 이른바 최경환 효과 등으로 힘의 논리로 곳간을 채웠다면 이제부터 쏠림에 대한 경계를 강화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금통위가 완화적 스탠스를 내년에는 종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와 장병화 부총재는 가계부채를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짐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은 집행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생래적으로 매파에 가깝게 단련된 인물들이다. 이 총재 등은 글로벌 경기가 호전되는 내년에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 이론적으로 무장된 이들이 포진한 금통위에서 비둘기파가 목소리를 키우기도 만만찮다.









그동안 한은 금통위의 통화정책 변경 주기가 통상 2년 남짓이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예외는 없었다. 2008년 10월9일 연 5.25%였던 한은 기준금리가 2009년 2월12일 연 2.00%까지 내려섰다. 이후 2010년 7월9일 연 2.25%로 긴축모드로 변경된 기준금리는 2011년 6월10일 연 3.25%까지 올라섰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던 기준금리는 유로존 재정 위기 등으로 2012년 7월12일 다시 완화상태로 돌아서 2013년 5월9일 연 2.25%까지 내려섰다. 14개월째 동결 모드를 이어오고 있지만 과거어느 때보다 완화 상태가 오래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내년 이맘때 금리 정상화 가능성도 열어두고 곳간 채워라

때마침 영국이 긴축모드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고 미국도 테이퍼링 종료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미국이 당장 긴축 모드로 돌아서지 않더라도 시중금리는 경기 호전을 계기로 오름세로 돌아설 수 있다. 글로벌 달러화도 경기 호전에 따른 미국 통화정책의 변경 가능성을 선반영하며 강한 달러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서울 채권시장이 금통위가 올해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인하하는 데만 시선을 뺏겨서는 곤란한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원화의 지나친 절상을 막아야 한다는 기준금리의 주요 명분 가운데 하나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쏠림은 반작용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이제부터 서울 채권시장은 탐욕과 함께 공포 쪽에도 시선들 두며 투자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과거 사례를 보면 금통위가 표정을 바꿀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정책금융부장)

neo@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