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연락처 dollar@kita.net



▲개미는 부지런한 동물로 알려졌다. 우리가 보기에도 개미들은 언제나 열심히 일한다. 식량을 나르고 개미굴을 판다. 이솝 우화의 <개미와 베짱이>에서도 개미는 부지런하다. 여름 한철 신나게 놀았던 베짱이는 혹독한 겨울이 닥치자 힘든 나날을 보내지만, 열심히 일하여 양식을 저축했던 개미는 별 어려움 없이 겨울을 지낸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개미집단을 관찰해보니 통념과는 완전히 달랐다. 개미는 도무지 부지런하지 않은 것이다! 학자들은 집단에 속한 전체 개미 중에서 20퍼센트 정도만이 열심히 일하지 나머지 80퍼센트의 개미는 내내 빈둥거리기만 할 뿐 전혀 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열심히 일하는 개미만을 분리하여 따로 집단을 만들어보아도 결과는 같았다. 또 그 중에서 20퍼센트의 개미만이 일하고 나머지 80퍼센트는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었다! 대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곤충학자들의 설명을 명쾌하다. 개미들이 사는 환경은 변화무쌍하기 짝이 없다. 천적이 불시에 쳐들어올 수 있고, 갑자기 폭우가 내려 개미굴이 떠내려갈 수 있으며 혹은 장난꾸러기 어린애들이 개미굴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만일 모든 개미가 저마다 맡은 일에 힘을 쏟는다면, 정작 비상사태가 발생하였을 때 대처할 여력이 없다. 80퍼센트의 개미들은 사실은 노는 것이 아니라, 비상사태를 대비한 예비 병력이다. 이들은 개미굴이 무너지거나 천적이 쳐들어왔을 때 즉각적으로 현장에 투입된다. 이들의 힘으로 개미집단은 위기를 이겨낸다. 대기하는 개미가 없다면 개미집단 전체는 고스란히 괴멸해버릴 수도 있다. 자연은 이처럼 신비하다.

한갓 곤충에 불과한 개미들도 이처럼 비상사태를 대비한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개미투자자’ 중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들은 기회라고 생각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덤빈다. 대책 없이 달려들었다가 번번이 낭패를 당한다. 그러나 예측은 항시 틀릴 수 있고, 상황은 언제라도 바뀔 수 있는 법. ‘만약’을 대비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개미에서 배운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요즘의 코스피지수는 지루하다. 위로는 2,020의 막강한 저항선을 뚫지 못하고 아래로 1,980 언저리에서 강력한 지지선도 무너뜨리지 못하면서 박스권 횡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므로 기술적 분석의 근간인 ‘과거의 경험’을 떠올린다면 이번 주에 지수가 2,020선을 상향돌파하고 쑥쑥 오르기보다는 주춤거릴 공산이 높다. 이유는 단순하다. ‘예전에 그랬기 때문’이다. 쉽다.

굳이 차트를 들먹이면 ‘2,020이 뚫리지 않을 근거’는 많다. 예컨대 스토캐스틱은 어느새 85선을 넘어 과열권으로 치닫고 있으니 주가가 당장 밀리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지난주 수-목-금요일에 만들어진 캔들 패턴인 저녁별(evening star) 역시 꼭지 언저리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양이다. 5월 이후에만 벌써 다섯 차례 이상(그 이전의 사례까지 더한다면 횟수는 더 늘어난다) 지수가 2,020에서 더 넘어가지 못하고 되돌아선 것도 아픈기억이다. 투자자들 마음속에 2,020은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아 있을 터.

하지만 앞서 ‘개미’를 언급할 때 지적하였듯 예측은 항시 틀릴 수 있고 상황은 언제라도 바뀔 수 있는 법이다. 2,020이 뚫리지 않았을 때가 문제이지 만일 2,020이 상향돌파된다면 사정은 급변한다. 개미로서는 비상사태인 셈. 어떨까? 이번에야말로 2,020을 넘어설까 아니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서 지루한 모습을 반복할까?

나는 주가가 2,020을 돌파하는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싶다. 스토캐스틱 외에는 변변한 다른 지표들이 과열을 외치지 않고 있는데다, 일목균형표의 구름의 지지선도 꽤 단단해 보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20일 이동평균선의 상승세도 꾸준하다. 내가 즐기는 ‘추세분석’은 흐름에 올라타는 일. 추세를 예단하기보다는 현상에 적응하는 전략이다. 물론 2,020이 상향돌파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쪽으로 너무 기울어 미리부터 서두르기보다는 일단지켜보고싶다. 그러다가 2,020이 돌파되면 그때 추격매수하여도 늦지 않다. 행여나 주가가 예전의 지루함을 반복할 약간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거 너무 신중한가?

(달러-원 주간전망)

이럴 줄은 몰랐다. 아무리 ‘최경환’이라 할지라도 약발이 이처럼 강력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충격적이다. 순식간에 1,030원을 넘긴 것은 너무했다. 금리도 인하될 수 있다니 이래저래 ‘달러 롱’만 신났다. 하긴 외환시장에서 이런 급변이 벌어진 것이 어디 하루 이틀인가?

따지고 보면 달러가 오를만한 이유는 많았다. 우크라이나 상공을 날던 말레이시아 항공기가 미사일을 맞았으니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가 오를 법하였고, 월말도 지나 네고물량의 압박은 줄어들었을 터. 또한, 그동안 환율이 내처 하락하기만 하였으니 자율 반등한다고 하여 이상한 일도 아니다.

어쨌거나 환율이 오르면서 일단은 차트가 달라졌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일목균형표의 ‘시커먼’ 구름 속으로 달러-원 환율이 쑥 들어갔다. 그저 반등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추세를 바꿀 태세이다. 졸지에 전환선이 치솟더니 기준-전환선이 호전되었고 후행스팬마저 캔들을 넘어섰다. 아연 상승 분위기. 환율이 구름 안으로 들어갔으니 이제 구름만 벗어나면 만사 오케이. 상승 일변도이겠다.

하지만 차트는 다른 말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주에 환율이 오른 것은 최경환 때문이건 자율반등이건 나타날 법 했지만 그게 계속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지난주 목요일(7월17일)에 나타난 도지(doji)를 고비로 금요일에 작렬한 장대음선이 상승장세의 종언을 예고한다. 또한 그동안 환율이 순식간에 치솟으면서 단기 지표들은 죄다 과열권이거나 심지어 매도신호를 내고 있다. 일목균형표는 지난 금요일과 오늘(7월21일)을 변화일이라고 말한다. 추세가 바뀔공산이 높다는 의미이다. 구름마저 두꺼운데, 나는 이걸 뚫지 못한다는 쪽에 걸고 싶다. 방향은 당연히 아래쪽이다.



(서울=연합인포맥스)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