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엄재현 기자 = 대외 지정학적 리스크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레벨을 높인 달러-원 환율이 빠르게 반락했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참가자들의 롱베팅도 수그러들며 달러화의 단기 상승 동력이 고갈됐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은 23일 대외 리스크와 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역외 NDF 시장 참가자들의 롱베팅이 약화되며 달러화가 단기간에 다시 1,030원대 중반으로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시기상으로도 여름휴가 기간에 접어들고, 금리 결정에 대한 관망세도 나타나며 한은의 8월 금융통화위원회 이전까지 달러화의 변동성과 거래량이 모두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실제 달러화는 최근 3거래일간 레벨을 10원 가까이 낮췄다. 지난 18일 말레이시아 민항기 격추 등 대외 리스크의 영향으로 장중 달러화는 1,035원 선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수출업체 네고물량이 지속적으로 유입됐고, 일부 은행권의 롱스탑이 이어지며 달러화의 상승세는 꺾였다.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달러화 추이>

특히, 역외 NDF 시장 참가자들의 롱베팅도 둔화되며 달러화의 추가 상승 동력이 약화된 모습이다.

지난 15일과 16일 달러화가 1,030원대로 레벨을 높일 당시 서울환시에서 달러화 스팟 하루 거래량은 100억달러를 넘겼고, 하루 중 변동폭도 8.00원을 웃돌았다. 역외 NDF 시장 참가자들이 롱플레이에 나서며 거래량과 변동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러화가 방향을 아래쪽으로 바꾸며 서울환시에서 하루 거래량은 70억달러대로 줄었고, 하루 중 변동폭도 다시 3.00원 선 주변에서 머물렀다. 역외 NDF 시장 참가자들의 롱베팅이 일단락되며 달러화 움직임도 눈에 띄게 둔화한 셈이다.

이 같은 달러화 반락의 배경으로 대외 리스크의 영향력 제한이 지목된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등의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일시 강화됐지만, 서울환시에서는 오히려 고점 달러 매도 기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구체적인 시그널이 아직 나오지 않은 것도 달러화 상승 압력을 완화한 요인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역외 NDF 시장 참가자들의 롱베팅이 두 경제부처 수장의 회동을 기점으로 다소 약해졌다는 설명이다.

A은행의 외환딜러는 "달러화가 대외 리스크 등으로 단기간에 레벨을 1,030원대로 높이자 그동안 물량을 내놓지 않던 수출업체들이 활발하게 달러 매도에 나섰다"며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은 총재의 회동에서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이 나온 것도 역외 롱베팅을 약화시키며 달러화 상승 압력을 완화했다"고 말했다.

달러화의 상승 압력이 완화되며 단기간에 다시 1,030원대 중반으로 급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시기상으로 월말인 만큼 수출업체 네고물량이 다시 활발하게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7월 말과 8월 초반 여름휴가 시기를 맞아 전반적인 거래가 줄어들며 달러화의 움직임 자체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B은행의 외환딜러는 "월말로 진입하며 수출업체 네고물량이 다시 활발히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전반적인 고점 매도 심리를 고려하면 달러화가 상승할 때마다 네고가 나오며 상단이 제한되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C은행의 외환딜러는 "7월 말과 8월 초반 휴가 시즌으로 달러화의 변동성과 거래량이 모두 둔화될 수 있다"며 "한은의 8월 금통위 이전까지는 달러화가 어느 한 방향으로 크게 움직이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jheo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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