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를 두고 재계 라이벌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화끈한 '쩐의 전쟁'이 예고됐다. 중국 녹지그룹과 미국 샌즈그룹 등 해외자본이 인수 후보군에서 빠지면서 한전 부지 인수전은 이들 그룹간 자존심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23일 녹지그룹 관계자는 연합인포맥스와의 통화에서 "제주도에서의 개발 사업 다음 단계로 서울에 진출하려는 계획이 있긴 하지만 한전 부지는 고려 대상과는 멀다"고 말했다.

녹지그룹 측은 "사업 후보지로 접수한 물건지 가운데 하나였지만 구체적 검토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며 "서울에서의 신규사업은 시간을 두고 찾고 있다"고 한전 부지 인수전에 참여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인수 후보군으로 녹지그룹과 함께 거론됐던 해외자본인 샌즈그룹도 한전 부지가 아닌 잠실운동장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셸든 애덜슨 회장이 극비리에 방한해 서울시에 잠실 복합리조트 개발 프로젝트를 제안한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물망에 올랐던 이들 해외자본이 인수 의사를 접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전 부지 인수전은 삼성, 현대차 등 국내 재계 라이벌의 자존심 싸움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전이 지난 17일 본사 부지를 최고가 일반 경쟁입찰을 통해 매각하기로 결정하기 무섭게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 설립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며 선공에 나섰다.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폴크스바겐 본사 '아우토슈타트'를 본떠 한전 부지에 그룹사를 통합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업무시설은 물론 호텔, 컨벤션센터, 자동차 테마공원, 백화점, 공연장 등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뚝섬의 삼표레미콘 부지에 110층 규모의 신사옥 건설을 추진하다 서울시 초고층 건축 관리기준 탓에 무산된 경험도 있어 의지가 남다른 모습이다.

본사사옥 마련에 나선 현대차와 달리 삼성그룹은 삼성생명 등 계열사가 주도하는 자산운용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게 차이다.

삼성생명은 이미 2011년 인근 1만998㎡ 한국감정원의 부지를 2천436억원에 사들여, 한전 본사와 함께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또다른 계열사 삼성물산도 2009년 포스코건설과 10조원을 투자해 이 일대에 대규모 복합단지를 개발할 계획을 강남구청에 제안한 바 있다.

삼성의 사내 유보금이 182조4천억원, 현대차가 113조9천억원 정도로 1, 2순위를 다투고 있는 점도 인수전이 이들 두 그룹 사이 라이벌전으로 점치고 있는 요소다.한전 부지 면적만 7만9천여㎡에 작년 공시지가 1조4천837억원, 장부가액 2조73억원이고 시장가치가 3~4조원을 호가할 정도로 매각 규모가 큰 탓이다.

한편 한전은 다음 달 중 감정평가결과를 반영한 예정가 등의 내용을 포함해 입찰 공고할 예정이다. 곧바로 감평업체 경쟁입찰에 들어간 한전은 두 곳의 감정평가액 산술평균치를 예정가로 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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