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올해 국제 금융시장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해서 나올 만큼 크게 요동치며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했다.

유로존 재정위기는 계속해서 금융시장의 발목을 잡았고, 유럽의 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면서 시장의 암울한 분위기를 주도했다.

동일본 대지진에서부터 철옹성 같았던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스티브 잡스의 사망에 이르기까지 올해 국제금융시장을 뒤흔든 10대 뉴스를 꼽아봤다.

◆유로존 재정위기 심화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을 가장 불안하게 했던 요인은 바로 유로존 재정위기다.

작년 5월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시작된 유로존 재정위기는 2년 여가 지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신뢰할 만한 위기 해법이 나오지 않으면서 유로존이 붕괴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설립해 구제기금 재원 마련에 나섰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재정 위기 국가의 국채를 매입하는 등 위기 진화에 나섰지만 해법을 둘러싼 주요국의 이견은 위기 해소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결정적인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범유럽 공동 채권인 유로본드의 발행이나 ECB의 적극적 개입에 대해 독일이 모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태 해결이 지연되면서 'GIIPS(그리스와 아일랜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에만 국한될 것으로 보였던 재정위기의 여파는 프랑스와 독일 등 핵심국까지 강타했다.

유로존의 주변국과 중심국을 가리지 않고 국채에 대한 투기적인 매도세가 나타났고, 신용평가사들은 독일을 포함한 유로존 트리플A 국가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달 초 영국을 제외한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신 재정협약에 합의하는 등 시장의 우려를 가라앉히기 위한 노력이 계속됐으나, 재정위기 국가 지원에 필요한 재원의 규모와 그 확충 방법에 대한 이견은 여전하다.

◆미국 슈퍼 'AAA' 등급 상실

지난 8월 '빅3' 신용평가사 가운데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트리플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미국이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를 위한 해결 노력이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S&P의 신용등급 강등은 특히 정치권을 향한 비판의 성격이 컸다.

당시 미국 의회는 협상 시한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막판에 적자 감축안을 도출했으나 적자 감축안은 2조1천억달러에 불과했다.

S&P는 이미 미국 정부가 향후 10년간 적자를 4조달러는 줄여야 한다는 권고를 했었고 '믿을만한' 조치가 나오지 않으면 등급을 강등한다는 경고도 내놓은 바 있다.

'빅3' 중 가장 영향력이 큰 것으로 평가되는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내렸지만 다른 신평사인 무디스와 피치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수준으로 유지했다.

무디스는 그러나 적자 감축안이 믿을만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 실패하고 미국 경제가 실패하면 미국 신용등급을 하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등급이 강등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의 다우지수는 600포인트 이상 폭락했다.

미국채는 신용등급 강등에도 여전히 안전자산이라는 인식 때문에 급등했고, 달러화와 엔화도 큰 폭으로 올랐다.

◆2차 환율전쟁 촉발

작년 미국과 중국의 1차 환율전쟁에 이어 2차 환율전쟁의 양상은 다소 복잡다단해졌다.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각국이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스위스중앙은행(SNB)이다. SNB는 유로존 위기로 안전자산인 스위스프랑화가 급등하자 기준금리 인하, 유동성 공급, 은행 요구불예금 확대, 외환 스와프 거래 등 프랑 강세를 억제하기 위해 각종 조처를 내놓았다.

그러나 프랑 억제 정책이 연이어 실패로 돌아가면서 SNB는 유로의 환율 하한선을 1.20스위스프랑으로 고정하는 초강수 조치를 내놓았다. 유로화가 1.20스위스프랑 아래로 떨어지면 이 목표치를 사수하기 위해 무제한으로 유로화를 사들인다는 것이다.

SNB의 개입 후 환율은 어느 정도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SNB가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환율 하한선을 1.30스위스프랑까지 상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SNB의 환율 전쟁은 진행형이다.

작년 미ㆍ중 1차 환율전쟁에 이어 올해 미ㆍ중 환율전쟁은 미국 상원의 '환율감시개혁법안' 통과로 격화됐다. 미국 상원은 11월 중국 등의 자국화폐 절하를 부당한 보조금으로 간주해 보복 관세를 부과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환율감시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 위안화 환율이 40%까지 평가절하돼 중국산 수입품이 불공정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법안 통과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법안은 사실상 중국 위안화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에 상당한 반발을 불러왔다.

◆ 스티브 잡스 사망

10월6일, 애플의 창업주이자 '혁신의 아이콘'으로 대변됐던 스티브 잡스 애플 전 최고경영자(CEO)가 췌장암으로 타계했다. 향년 56세.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의 위대한 '구루'로 칭송받았던 잡스의 사망 소식은 IT업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상당한 반향을 이끌었다.

잡스는 1955년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곧바로 입양된 후, 리드 대학에 입학했으나 6개월 만에 중퇴하고 1976년 스티브 워즈니악과 애플을 창업해 이듬해 세계 최초 개인용 컴퓨터(PC)를 내놓으며 PC 대중화를 이끌었다.

1985년 애플로부터 축출되는 아픔을 겪었으나 컴퓨터 개발사 넥스트와 컴퓨터그래픽(CG) 영화사 픽사를 설립해 성공시켰고, 경영난을 겪는 애플로 복귀해 2001년 아이팟, 2007년 아이폰, 2010년 아이패드를 잇따라 성공시키며 디지털 시대 '삶의 방식'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04년 췌장암으로 수술한 후 2009년 간이식 수술에 이르기까지 애플의 혁신을 주도하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치열하고 긴 투병생활을 해야 했다.

잡스의 사망으로 '포스트 잡스' 시대를 이끌 팀 쿡 CEO, 조너선 아이브 산업디자인 부사장, 필립 쉴러 월드와이드 제품 마케팅 부사장 등이 주목받았으나 모두 잡스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평가됐다.

▲反월가 시위, 전 세계로 확산…금융권 탐욕 비판 = 지난 9월 자본주의의 심장부 월스트리트에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라는 구호와 함께 금융권의 탐욕을 비판하는 시위가 시작됐다.

날로 커지는 미국 내 소득 불평등에 분노한 이들의 손가락이 처음 향한 곳이 금융위기를 겪고도 '보너스 잔치'를 벌인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들이었다.

이들의 시위는 곧 금융권에 대한 비판을 넘어 자본주의의 본질적 폐단을 겨누기 시작했고, 스스로 '99%'에 속한다고 자임하는 지구촌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막대한 부를 독차지하는 '1%'에 대항해야 한다는 이들의 간명한 논리는 세계로 확산돼 한국의 여의도에서도 '여의도를 점령하라'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시위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형 정치세력을 이루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반월가 시위는, 3개월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사실상 막을 내렸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 금융 규제 강화 등의 담론에 힘을 실어줬다.

'99%'뿐 아니라 '1%'에 속하는 세계 최고 갑부 진영에서도 자발적으로 부자 증세 주장이 나와 주목을 받았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지난 8월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슈퍼부자 감싸기를 중단하라"며 이른바 '버핏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도 버핏세에 지지를 보냈으며, 유럽에서도 "세금을 더 걷어가 달라"는 부자들이 나타났다.

또 주식과 채권, 외환 거래에 일정 비율의 세금을 물리자는 금융거래세(토빈세 또는 로빈후드세) 도입 주장도 탄력을 받았다.

세계 주요 지역 중에서는 유럽연합(EU)이 금융거래세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smjeong@yna.co.kr

(계속)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