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국민은행 사원증(왼쪽)과 현대카드 사원증(오른쪽)>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국민은행 직원이야, 현대카드 직원이야?"

최근 바뀐 국민은행 사원증 디자인이 현대카드 직원들의 것과 매우 흡사해 논란이 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최근 본점을 비롯한 1천200여 개 지점, 2만5천여 명의 임직원에게 새로운 사원증 배포를 완료하고 이달부터 모두 바꿔 달도록 했다.

이 사원증은 작년 이건호 행장 취임 직후부터 준비해 오던 것으로 활력있고 세련된 분위기로 조직에 변화를 주자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이 행장은 은행원들이 자신감 있게 신분증을 차고 다닐 수 있도록 모던한 디자인으로 바꿔보자고 제안했고 국민은행 실무팀은 이를 반영해 유명 전문 디자인 업체 의뢰해 사원증을 제작했다.

새로운 사원증은 가로 4.4cm, 세로 7.5cm, 폭 0.7mm의 네 모서리가 둥근 하얀색 모형으로 가운데 이름과 흑백의 사진이 들어가 있다.

유명 사진작가가 국민은행 전 영업점을 돌아다니며 사원증에 들어갈 직원들의 모습을 찍어 자연스러우면서도 전문 금융인의 모습이 느껴지도록 했다.

이 행장도 매일 이 사원증을 차고 다니며 스스로 분위기 쇄신에 앞장서고 있다.

문제는 이 사원증 디자인이 기존 현대카드와 매우 비슷하다는 점이다. 양 사 직원들도 가끔 헷갈릴 정도라고 말한다.

현대카드는 지난 2010년 지금의 사원증인 '마이디(MyD)'를 전 임직원들에게 배포했다.

제품 디자인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는 정태영 사장의 작품으로 대내외 사람들과 만날 때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기업문화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가로 3.4cm, 세로 6cm로 화이트 톤의 케이스 모형 뿐 아니라 전 직원을 전문 사진작가가 흑백으로 연출한 사원증 사진은 국민은행의 것과 똑같다.

KB는 어윤대 회장 재임 당시 KB국민카드가 분사하기 전 벤치마킹의 일환으로 현대카드 사옥 방문을 지시하는 등 현대카드 브랜드에 관심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사원증 디자인은 이 행장의 주도로 작년부터 검토해 직원들의 의견을 받고 심의를 통해 최종 선정된 것"이라며 "(과거 벤치마킹 등) 현대카드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카드 직원들은 자신들만의 혁신적인 이미지를 담은 디자인과 유사한 디자인이 또 발견되자 못마땅한 눈치다.

현대카드는 지난 2012년 삼성카드가 자사 상품을 모방했다며 자제해 달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하기도 했으며, 올 초에는 정 사장이 우리카드의 신제품 컨셉트와 포스터 디자인이 현대카드 '챕터2'를 그대로 베꼈다고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이밖에도 신한카드의 글씨체,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용기 등이 끊임없이 현대카드 디자인 도용 의혹을 일으켰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브랜드 활동이 깊은 관심을 받고있는 건 사실이지만 카피인지 오마주인지는 해당 회사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좋지만 카피가 오리지널을 넘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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