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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대학교 교수를 지냈고, 이론경제학과 후생경제학에 관한 독창적인 연구로 197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학자 - 케네스 애로(Kenneth Arrow)는 1921년생이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때에는 육군항공대에서 근무했고 1946년 대위로 제대하였다. 당시 군에서의 일화.

애로는 기상대에서 장기예보를 맡았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정보나 기법이 부족하여 기상예보의 적중률이 형편없었다. 더구나 ‘장기’예보였으니 오죽하였을까? 애로의 표현에 따른다면 장기예보는 사실상 ‘제비뽑기로 당첨자를 맞추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 장기예보팀은 예보가 무의미하므로 상관에게 팀을 해산해줄 것을 자발적으로 요청하였다. 하지만 상관의 대답은 단호했다. “사령관도 기상예보가 엉망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시다. 그러나 사령관께서 작전계획을 수립하시려면 기상예보가 꼭 필요하다.”

우리는 결정을 내리려고 정보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무언가 정보 혹은 근거가 있으면 심리적으로 안심할 수 있기 때문. 반면 근거 없이 내리는 의사결정이야말로 참으로 막막하다. 사막에 내던져진 것 같아서 불안하기 짝이 없다. 특히 순간의 선택에 따라 수익과 손실이 결정되는 주식이나 외환시장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우리로서는 더욱더 정보에 매달릴 수밖에.

그런데 우리가 의사결정에 사용하는 정보가 애로의 ‘사령관께서 작전을 수립하실 때’ 쓰는 장기예보처럼 엉터리가 많아서 탈이다. 시장에 난무하는 ‘카더라’ 정보는 물론이고, 금과옥조처럼 활용되는 실적관련 정보도 마찬가지. 바야흐로 어닝시즌인데,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이 심혈을 기울여 실적전망치를 내놓고는 있으나 그게 현실과 괴리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더구나 정작 실적을 발표하면 이미 그것은 과거의 정보가 되어버리니 무의미하다. 예전에 실적이 좋다하여 앞으로도 성과가 계속 좋으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차라리 시장의 흐름을 ‘그림’으로 그려서 앞날의 움직임을 예상해보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차트쟁이’ 나만의 생각인가?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하도 박스권을 지루하게 오르내리는지라 ‘박스피’라는 닉네임을 얻었던 코스피지수가 드디어 2,020선을 뚫었다. 외국인들의 매수가 되었든 혹은 펀드로 유입된 자금을 바탕으로 기관의 매수가 되었건 이유야 중요하지 않다. 어쨌거나 지수는 2,020의 박스권 상단을 돌파했다. 그게 (요즘 유행하는 말로) ‘팩트’이다.

지난주에 지적하였듯 일단 위쪽에 버틴 저항선을 넘어서면 그때부터는 그게 지지선으로 작용하는 법. 일목균형표로도 상승추세는 굳건하다. 전환선이 기준선을 넘어선 이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구름 또한 탄탄한 지지력을 보이고 있는 양상이다. 후행스팬도 26일전의 캔들을 넘어섰으니 모든 것이 ‘호전’된 상태. 이제 지수가 쑥쑥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

MACD는 7월 중순(7월15일)부터 매수신호로 바뀐 이후 신호가 유지되고 있다. 실제로 지수는 상승세이니 기술적지표는 신뢰할 만 하다. 단기적으로 등락을 반복하긴 하지만 스토캐스틱 역시 아직은 매도신호를 나타내지 않는다. 모든 지표가 다 상승세이고 ‘매수’를 주장한다. 그런즉 당분간 상승세가 더 이어진다고 하여 전혀 이상할리 없다. 당장에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은 성급하다. 괜히 수익을 서둘러 확정할 필요는 없겠다. 추세가 좋으니 추세에 몸을싣는 것이 바람직하다.

독자들 중에는 내가 그동안 줄곧 비관적인 전망만을 말하다가 낙관론으로 돌아서니 어쩐 일인가 할지도 모르겠지만 뭐 차트에 그렇게 나와 있으니 그대로 말할 뿐. 중요한 것은 시장의 흐름을 ‘그림’으로 그리니 상승세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그게 기술적분석 아닌가?

(달러-원 주간전망)

지난주 글에서 나는 달러-원 환율의 차트를 잘 살피면, 겉으로는 환율이 오르는 것 같지만 사실 속으로는 다른 말을 하기 시작한다고 주장하였던 터. 일목균형표 구름의 두께가 만만치 않고 단기지표들도 슬슬 매도로 바뀌었다는 것이 그렇게 떠든 근거이다. 실제로도 환율은 1,030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밀리는 양상이었다.

그런데 환율은 꽤 많이 하락했으나 이번 주 당장 환율이 1,030원대의 구름상단 저항을 넘겨 반등할 것으로 기대되지는 않는다. 누구나 예상하듯 월말을 맞아 네고물량이 쏟아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 차트에서도 지난주 내내 만들어졌던 흑삼병(three black soldiers)이 하락세가 지속될 것임을 말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달러-원 환율은 일목균형표 구름 안에 갇혀있는 꼴이다. 위로는 구름 상단이 저항선으로 작용하지만 아래로 구름 하단이 지지선으로 받쳐주면서 환율은 아래위 좁은 ‘레인지’를 오간다. 위로 1,030원이 저항선이고 아래로 1,020원이 지지선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다만 구름의 형태로 본다면 예전과는 좀 양상이 다르다. 전에는 구름이 너무나도 막강하여 이를 ‘감히’ 돌파할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구름이 얇아진다. 그런데다 구름의 상, 하단이 나란히 낮아지는 모습. 구름대의 저항이 좀 만만해졌다.

환율은 3월말 이후 구름 아래로 내려섰고(당시 1,070원), 그때부터 내내 하락세만을 이어왔던 터. 그런데 이번에 구름이 얇아지고 또 낮아지는 덕택에 구름을 위쪽으로 벗어날 공산이 놓아졌다. 지루한 하락세에서 벗어날 호기인 셈. 다만 이런 기회를 놓친다면 되레 실망감으로 인해 하락폭이 더 커지는 부작용도 있다.

이번 주야 환율이 좀 밀리겠지만 중요한 것은 지지선의 지지여부. 만일 1,020원마저 뚫려 구름 하단으로 내려선다면 상승세의 기대는 그만큼 낮아지고 만다. ‘롱’으로서는 지금이 고비이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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