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29일(미국 시간) 뉴욕 금융시장에서 주가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책임을 물어 러시아에 대한 전방위 제재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돼 하락했다.

국채가격은 지정학적 우려에 더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성명 및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 발표에 대한 경계감에 상승했다.

달러화는 일본의 경제지표 부진과 지정학적 불안 고조에 따른 유럽의 성장 둔화 우려로 엔화와 유로화에 강세를 나타냈다.

유가는 대(對) 러시아 제재에도 지난주 미국의 원유재고 발표를 하루 앞두고 하락 압력을 받았다.

EU 28개 회원국 대표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금융, 방위, 에너지 등 러시아 경제의 주요 부문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제재안에 합의했다.

EU는 러시아 정부가 주식의 50% 이상을 보유한 은행이 유럽 금융시장에서 주식과 채권을 팔지 못하도록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도 이날 제재 대상 러시아 은행을 3곳 추가해 러시아 정부 지분이 50% 이상인 대부분의 대형은행이 제재 대상이 됐다.

연준은 이날 오전 이틀 일정의 FOMC 정례회의를 시작했다. 성명은 다음날 오후 2시(미국 동부시간)에 발표된다.

시장 전망은 연준이 월간 자산 매입 규모를 250억달러로 100억달러 더 축소하고, 경기순응적 정책을 상당 기간 이어간다는 입장을 재확인할 것이라는 방향으로 모아진 상태다.

이에 앞서 오전 8시30분에는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발표된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성장률이 3.2%(연율 기준)를 나타냈을 것으로 전망했다.

◇ 주식시장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일부 기업들의 실적이 양호하게 나왔음에도 지정학적 우려가 부각돼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대비 70.48포인트(0.41%) 하락한 16,912.1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날보다 8.96포인트(0.45%) 밀린 1,969.95에 끝났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21포인트(0.05%) 떨어진 4,442.70에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장 초반 일부 기업들의 실적이 호조를 나타내 상승세로 출발했다.

주가는 그러나 EU가 러시아에 대한 광범위한 경제 제재안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짐에 따라 하락세로 돌아섰다.

개장 전 발표된 일부 기업들의 실적은 시장의 예상을 웃돌았다.

제약업체 머크는 2분기 주당 순이익과 매출이 월가 예측치를 상회해 주가는 1% 올랐다.

동종업체인 화이자는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주가는 1.2% 떨어졌다.

특송업체 UPS는 주당 순익이 예상치를 소폭 밑돎에 따라 주가는 3.7% 밀렸다.

지난 5월 미국의 주택가격은 상승했으나 상승 속도는 둔화했다.

S&P/케이스-실러에 따르면 5월 미국의 20대 대도시 주택가격은 전월대비 1.1%, 전년대비 9.3% 각각 상승했다. 전년대비 상승률은 작년 2월 이후 최저치다.

10대 대도시 주택가격은 전월대비 1.1%, 전년대비 9.4% 각각 높아졌다.

미국의 7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0.9로 전월 수정치 86.4보다 상승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 85.0을 상회한 것으로 2007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 채권시장

미국 국채가격은 7월 FOMC 성명과 2분기 미국의 성장률 발표를 하루 앞두고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튤렛프레본에 따르면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만기 국채가격은 전날보다 8/32포인트 올랐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2.8bp 낮아진 연 2.458%를 기록했다.

30년만기 국채가격은 전장보다 18/32포인트 높아졌고, 수익률은 2.9bp 떨어진 3.226%를 보였다.

5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전날보다 1.5bp 하락한 1.690%를 나타냈다.

5-30년만기 국채수익률 스프레드는 154bp 수준을 나타내 종가 기준으로 2009년 초 이후 가장 좁은 폭을 나타냈다.

2분기 GDP와 FOMC 7월 성명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가운데 지정학적 불안정으로 독일 국채 등 안전자산 매입세가 부각되며 미국 국채가격이 동반 상승했다.

이날 독일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한때 1.115%까지 밀려 사상 최저치를 경신한 뒤 전날보다 2.8bp 하락한 1.124%로 소폭 반등했다..

EU의 러시아 제재 확대에 대한 우려가 독일의 성장 둔화, 낮은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 안전자산 매입세를 견인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성장률 둔화로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이 상존한 점도 국채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한때 2.646%까지 밀려 같은 만기의 미 국채수익률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전날보다 2.3bp 빠진 2.482%를 기록했다.

미즈호증권USA의 스티븐 리치우토 수석 경제학자는 이날 발표된 S&P/케이스-실러의 주택가격 지수는 미 주택시장의 모멘텀이 상실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리가 낮음에도 주택가격 상승률이 둔화하는 것은 올해 주택시장이 강한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없음을 확인한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연준 내 비둘기파의 움직임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후 발표된 소비자신뢰지수의 호조로 국채가격은 상승폭을 축소했다.

재무부는 오후 1시(미 동부시간)에 350억달러 어치의 5년만기 국채를 입찰했다. 수요가 강한 모습을 보여 국채가격이 상승폭을 소폭 확대했다.

낙찰금리는 1.720%였다. 입찰 수요 강도를 측정하는 응찰률은 2.81배로 지난 6차례 평균인 2.80배와 거의 같았다.

해외 중앙은행 등 간접입찰자들의 낙찰률은 48.2%로 지난 평균인 49%를 소폭 밑돌았다.

직접 입찰자들의 낙찰률은 25.9%로 19개월 만에 최대 낙찰률을 나타냈다. 지난 평균은 13.6%였다.

◇ 외환시장

미국 달러화는 FOMC 성명 발표를 하루 앞두고 유로화와 엔화에 상승했다.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이날 오후 늦게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 달러당 102.12엔에 거래돼 전날 뉴욕 후장 가격인 101.86엔보다 0.26엔 높아졌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유로당 1.3408달러에 움직여 전날 뉴욕 후장 가격인 1.3439달러보다 0.0031달러 내렸다.

유로화는 엔화에 대해 유로당 136.93엔을 기록해 전날 뉴욕 후장 가격인 136.88엔보다 0.05엔 올랐다.

달러화의 대 엔화 상승을 미국 경제지표 호조에 따른 것이기보다는 일본의 지난 6월 실업률이 3.5%에서 3.7%로 상승한 데다 6월 소매판매가 전년 대비 0.6%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유로화는 미국과 EU이 대 러시아 추가 제재에 합의했다는 소식으로 달러화에 하락압력을 받았다.

러시아 추가 제재로 긴장이 고조된다면 유로존의 수출 둔화 등으로 성장률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EU의 추가 제재 소식이 알려진 뒤 러시아 루블화는 달러화에 한때 35.77루블까지 밀려 지난 5월6일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BNP파리바는 자사의 디플레이션 취약성 지수(Deflation Vulnerability Index)를 인용해 올해 2분기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위험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은행은 유로존 회원국 중 스페인이 디플레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가장 크다면서 그다음은 이탈리아가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은행은 지난 6월 ECB의 완화 조치에도 유로존의 디플레 위험은 당분간 지속될 듯하다고 내다봤다.

◇ 원유시장

뉴욕유가는 지정학적 불안정 재고조에도 지난주 미국의 원유재고 발표를 하루 앞두고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70센트(0.7%) 낮아진 100.97달러에 마쳤다.

지정학적 불안정에도 전세계 공급과잉 우려 속에 미국 원유재고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어 유가가 하락압력을 받았다.

이날 장 마감 뒤 미국석유협회(API)는 지난주 원유재고를 내놓는다. 다음날에는 에너지정보청(EIA)이 같은 기간의 원유재고 결과는 발표한다.

원유자료 제공업체 플랫츠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지난주 원유재고가 210만배럴 감소했을 것으로 예측했다.

주간 휘발유와 정제유 재고는 각각 110만배럴과 140만배럴 늘어났을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지정학적 불안정 재고조에도 세계 원유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상존해 시장 수급이 안정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세계 원유 공급 과잉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으로 지정학적 불안정에 따른 유가 프리미엄이 붙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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