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외국인 투자자들이 서울채권시장에서최대매수처로 등장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2011년 채권시장을 정리하면서 외국인의 매수규모, 채권 및 외환시장에서의 영향력, 이에 대응하는 금융기관의 영업, 문제점, 그리고 내년 전망 등을 5회에 걸쳐 점검해본다.)



(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2011년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를 가장 많이 쓸어담은 투자자는 누구일까.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이나 보험사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정답은 외국인이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고채 보유잔액(결제기준, RP 매매를 통한 보유액 포함)은 지난해 말 47조7천450억원에서 지난 11월 말 현재 63조636억원으로 무려 15조3천186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고채 발행잔액은 310조원에서 339조원으로 늘었다. 결국, 올해 국고채 순증액 29조원의 절반을 웃도는 53%를 외국인이 쓸어갔다는 뜻이다.

외국인 채권매매 동향이 서울채권시장에서 수급의 핵심으로 부상했다는 의미다.

▲원화채권의 위상 변화= 이는 원화채권에 대한 위상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사실 외국인의 채권매매는 지난 2007년부터 본격화됐다.

외국인은 당시 국내외 금리차를 이용한 금리재정거래에 집중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글로벌 펀드와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대대적으로 원화채권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장기투자수단으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미국과 유럽지역의 국가부채문제는 아시아지역, 특히 재정건전성과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한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다른 신흥시장국에 비해서 금융시장의 개방도가 높은 점도 원화채권에 대한 수요로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중장기적인 원화 강세에 기대어 환차익을 위한 채권 수요로 확산되고 있다. 외국인에게는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안전하면서도 상대적인 고금리에, 나아가 환차익 기회까지 제공하는 투자수단으로서 원화채권이 자리 매김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 금리스와프(IRS)나 국채선물시장에 확인됐던 외국인의 영향력이 이제는 현물시장으로도 급격하게 퍼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국고채 등 장기채권 위주 보유금액 급증= 외국인의 보유잔액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잔존만기가 긴 국고채의 보유비중이 유독 높아지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액은 11월 말 현재 86조6천804억원 정도다. 이는 작년 말 보유잔액 74조1천923억원보다 12조4천881억원 늘어난 것이다. 이로써 전체 상장채권에서 외국인이 보유한 채권비중은 2008년 말 4.3%에서 2009년 말 5.6%로 높아진 이후 작년 말 6.6%, 올해 11월 말 7.2% 등으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 와중에 재정거래에 의한 단기채권 매수가 줄고 잔존만기도 길어졌다.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국고채 보유잔액은 지난 2008년 20조848억원, 2009년 27조5천385억원, 2010년 47조7천450억원, 2011년 11월 현재 63조637억원 등으로 급증했다.

국고채 발행잔액 중 외국인이 보유한 비중은 지난 2008년 말 8.2%에서 2009년 말 9.8%로 높아졌고, 2010년과 2011년 11월 말에는 각각 15.4%와 18.3%로 치솟았다.

반면 이들의 통안채 보유잔액은 2009년 말 28조1천억원에서 2010년 말 26조1천425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올 11월 말에는 21조5천181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들어 공사채 등 일부 신용채권에 대한 매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누가 원화채권을 이렇게 샀나= 외국인 보유채권의 구성비 변화는 글로벌펀드와 아시아지역을 위주로 한 중앙은행들의 투자자산 다변화가 몰고 온 결과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아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98억7천200만달러어치의 원화채권을 순매수했다. 사실상 아시아에서 사들인 원화채권의 전부다.

이에 따라 외국인 채권투자자금 중 아시아계 중앙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19.8%에서 지난 9월 말 30.2%로 상승했다. 미국과 유럽지역의 글로벌펀드는 같은 기간 각각 25억900만달러와 21억5천900만달러 규모의 원화채권을 순매수했다.

반면 재정거래 유인 축소와 유로존 재정위기 등으로 아시아지역 글로벌펀드와 유럽계은행들은 각각 51억달러와 17억5천만달러에 달하는 원화채권을 순매도했다.

또 국적별로 올해 원화채권을 가장 많이 사들인 나라는 미국과 중국, 말레이시아, 룩셈부르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태국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의 보유잔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미국은 원화채권 보유잔액을 2010년 말 15조2천억원에서 지난 11월 말 18조8천495억원으로 늘렸다. 다음으로, 중국과 말레이시아가 각각 3조6천269억원과 3조5천961억원의 순투자를 나타냈다. 룩셈부르크도 2조5천억원의 원화채권을 순투자했다. 카자흐스탄도 올해에만 1조1천800억원의 원화채권을 순투자했다.

이로써 지난 11월말 국가별 원화채권 보유잔액은 미국, 룩셈부르크, 태국, 중국, 말레이시아, 영국, 싱가포르, 홍콩, 스위스, 프랑스, 독일 등의 순으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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