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금융시장이 급격한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미국 경제가 빠른 회복을 보이고 있어서다.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해 美달러와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은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고 있다. 시장의 위험도가 커지면 달러를 매입하고 위험도가 낮아지면 달러를 매도하는 거래전략이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대신 각국의 경제펀더멘털에 주목하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기존 질서를 지배하던 낡은 논리는 폐기처분되고 새로운 논리가 그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최근 몇년간 국제시장의 논리를 주도한 건 '리스크 온-리스크 오프(risk on-risk off)' 전략이다. 위기가 터지면 딜러들은 위험자산을 털어내고 안전자산을 매입한다(risk off). 위기가 사라지면 위험자산을 매입하고 안전자산의 비중을 낮춘다(risk on). 위험자산을 대표하는 건 유로화와 이머징마켓 통화다. 안전자산을 대표한 건 美달러와 국채다.

2008년부터 선진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는 '리스크 온ㆍ오프' 거래를 탄생시킨 결정적인 전환점이다. 미국과 유럽이 재정ㆍ금융위기에 빠지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그에 맞는 시장의 논리가 개발된 것이다.

예컨대 유럽의 재정위기가 심각해지면 딜러들은 위험자산인 유로화를 팔고 안전자산인 달러를 매입한다. 반대로 유럽이 극적인 해결방법을 모색하면 시장참가자들은 유로화를 사고 달러화를 판다.

미국이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면서 금융시장의 분위기도 변하고 있다. 리스크 온ㆍ오프 전략이 이제 먹혀들지 않게 된 것이다. 미국 경제의 회복은 이제 美달러 상승 요인이다. 미국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해 달러가치가 오른다는 논리다. 과거 리스크 온ㆍ오프 시대에 美 경제 회복은 달러 하락 재료였다.

지금은 패러다임 변화의 초입기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안착하려면 미국의 상황을 지켜봐야 하다. 미국 경제의 회복이 더 강해져야 한다.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을 확인해야 한다.

미국의 고용시장은 회복되고 있지만 주택시장은 여전히 침체다. 경제 회복의 온기가 아직 주택시장까지 퍼져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주택시장은 미국의 금융위기를 불러온 원죄가 있다. 미국 경제회복을 선언하려면 주택시장이 살아나야 한다.

연준이 부양책을 완전히 접은 것인지도 지켜봐야 한다. 美달러와 금리가 급등하는 건 연준이 부양책을 거둬들일 것으로 시장이 판단한다는 의미다.

연준은 현재 3차 양적완화(QE3)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다. 언론에선 QE3와 다른 새로운 양적완화를 검토한다는 대안론이 나온다.

주택시장 불안을 고려할 때 연준이 부양책을 완전히 접었다고 보기엔 이르다. 시기와 방법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연준의 정책대응에 따라 시장의 패러다임은 다시 변할 수도 있다.

이번 주에는 미국의 주택시장 지표가 줄줄이 나온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과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은행 총재의 공개연설도 예정돼 있다. 변화된 패러다임이 안착할 수 있을지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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