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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TV를 보려 해도 겁난다. 채널이 많기 때문이다. 대체 어느 채널을 돌려야 가장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TV리모컨을 손에 쥐고 5분에 한 번 혹은 3분에, 심지어 1분 간격으로도 이리저리 채널을 바꾸어보는 것이 현대인들의 습관처럼 되었다. 그런데 대략 20여 년 전에는 TV채널이 달랑 3개(SBS는 1991년에 개국하였다)뿐이었기에 별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더구나 지금처럼 편리한 리모컨도 아닌지라 채널을 돌릴 때에는 일부러 TV 앞에까지 가야 했기에 ‘웬만하면’ 앞서 시청하던 채널을 연이어 보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주말의 명화’였다. 비디오나 DVD 대여가 성행하기 이전이므로 영화를 보려면 극장에 가야만 했었는데, 그때 TV명화(게다가 성우들의 목소리로 더빙까지 해주었으니 편안하게 내용파악이 되었던!)는 볼거리가 궁했던 우리에게 이를테면 ‘복음’과 같은 존재였다.

문제는 그놈의 영화가 재미있는지를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여 영화정보가 온천지에 깔린 때도 아니었기에 그냥 끝까지 보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The End' 자막까지 확인하고는, 그러면서 ‘속았다. 그냥 잠이나 잘 걸!’이라고 후회한 경우가 허다하였다.

여기에는 해결책이 존재했다. 정영일 선생이라는 영화평론가가 아주 좋은 ‘가이드’였다. 주말의 영화를 예고하는 짤막한 프로그램에 등장하여서 “이 영화는 놓치면 후회한다”라고 언급하였다면 그건 틀림없었다. 그의 말마따나 정말 놓치면 안 되는 영화였다. 언뜻 생각만 하여도 ‘소피의 선택’, ‘서부전선 이상 없다’, ‘카사블랑카’, ‘애수’ 등등을 그의 추천을 믿고 보았던 기억이 난다.

예고편에서 소개하는 모든 영화마다 놓치면 안 된다고 설레발을 푼 것은 아니었다. 별 볼일 없는 영화도 사정상 TV에서는 틀 수밖에 없었겠는데, 이럴 때 그는 대놓고 “재미없다”라고는 하지 않았지만 예컨대 “이 영화는 별 두 개짜리”라고 언급하였다. 그랬다면 그냥 자는 편이 안전하였다. 그는 정말 혜안을 가진 전문가로 그의 말을 따르면 ‘절대 후회하지 않았다’.

물론 나는 영화전문가가 아니다. 주식시장이나 외환시장에서 그처럼 신뢰할 수 있는 가이드가 되고 싶은 것이 바람이다. 그래서 종종 정영일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가 알려준 영화 고르는 힌트 하나! 영화 제목에 유명한 영화배우가 들어있다면 별 볼일 없는 영화일 공산이 높다. 예컨대 영화제목이 그냥 <서부마차>가 아니라 <존 웨인의 서부마차>라면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영화 내용으로는 도무지 안 되겠으니 그 영화에 출연하는 유명한 영화배우 이름을 팔아서라도 관객을 동원해보자는 심사가 제목에 깔렸기 때문이다. 속으면 안 된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지난주에도 나는 정영일 선생을 언급하며 ‘별 개수’ 운운한 바 있다. 그리고 현재의 주식시장 상황이 ‘별 2개 반’ 정도라고 주장하였던 터. 실제로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크게 내리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크게 오르지도 않은 채 옆으로 횡보하였다. 그럭저럭 별 2개 반 정도의 평점은 틀리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이번 주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여 이번 주 역시 별 2개 반 이상의 평점은 주기 어려울 듯하다. 아무리 좋게 보더라도 강력매수를 주장하기에는, 즉 “이번에 매수기회를 놓치면 후회할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지난주에 지수가 장중 2,057.28의 고점을 기록하기는 하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탄력이 저하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주 만들어진 5개의 캔들 중에서 양봉인 것은 1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4개는 모두 음봉으로 나타난 것이 대표적인 증거이다. 캔들이 음봉이라는 것은 개장가에 비하여 마감가가 낮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여 개장 초반의 상승에 대한 상승기대감이 점차 사그라지고 매수세가 결국 매도세에 압도당하였기에 캔들이 음봉으로나타났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캔들이 음봉일 수 없다.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주에 지적하였기에 재차 반복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여전히 거래량은 중시하여야 할 요소이다.

아울러 단기 기술적지표들이 슬슬 매도신호로 돌아서는 것도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예를 들어 스토캐스틱은 지난주 지수가 더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고점에서 고꾸라지면서 매도신호로 돌아섰다.

지난주 수요일에 만들어졌던 2,028~2,045의 상승갭도 지지선으로 작용할 것이고, 아울러 5일선 혹은 20일선 등의 지지도 기대할 수 있는지라 단기 기술적지표가 매도신호를 나타내었더라도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지는 않으리라 예상된다.

하지만 어쨌거나 지수가 더 상승하지 못하고 주춤거리면서 상승탄력이 저하되는 판국인지라 여기서 과감하게 ‘별 다섯 개’를 주장하며 매수를 외칠 수는 없는 노릇. 그러기에 역시 이번 주에도 내 의견은 ‘관망’이다. 거래량이 증가하는지가 판단의 주된 근거가 될 것이라는 점은 지난주와 같다.

<달러-원 주간전망>

앞서 TV 이야기를 하였는데... 주말에 저녁을 먹으며 EBS의 여행 프로그램을 보았다. 스위스의 풍경이 소개되었는데, 참으로 멋진 모습이 전개되었다. 특히 그중에서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엄청나게 쌓인 눈! 스위스가 원래 알프스의 고산지대이니만큼 눈이 많이 내리는 것은 당연하겠으나 정말로 눈이 압권이었다. 길가에 사람 키 높이보다 훨씬 높게 눈을 쌓아놓았는데, 그건 나중에 봄이 되어 녹기 전까지는 도무지 뚫고 나갈 도리가 없어 보였다.

달러-원 차트를 보면 바로 스위스 도로 옆에 쌓인 눈을 연상하게 한다. 일목균형표 구름 이야기이다. 달러-원은 지난주 약간 상승하면서 1,130원선을 건드리기도 하였던 터. 그런데 바로 1,130원 그 위로는 첩첩이 눈처럼 엄청난 두께의 구름이 버티고 있다. 1,130원이 구름의 하단이고 1,153원이 구름의 상단인지라 무려 25원 이상 환율이 올라야만 비로소 상승세로 뒤바뀔 수 있다. 마치 장마철 먹구름처럼 강력하게 버티고 있어서 구름의돌파가 도무지 불가능한 것은 아니겠지만 가능성이 작아 보이는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구름의 저항을 뚫지 못한다면 달러-원은 다시 하락하거나 아니면 기존 1,120~1,130원의 지루한 횡보 양상을 이어갈 도리밖에는 없다. 스토캐스틱은 아직 매도신호를 나타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주에도 1,130원 돌파에 실패하고 밀린다면 결국 ‘아래쪽’을 의미하는 신호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하락하기보다는 횡보할 확률이 높다. 이미 경험하였듯 1,120원 아래에서는 매수세가 버티는데다 1,100원이라는 막강+튼튼한 지지선이 빤히 보이는지라 그 언저리에서는 추가로 선뜻 매도 포지션을 얹기 어렵기 때문. 따라서 1,120원 부근에서는 ‘숏’을 청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고 그러면 답답한 모습이 되풀이될 것이다.

딜러들은 지루한 나날이 또 이어지겠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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