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벤처 신화'로 주목받아 온 국내 휴대전화 제조 3위 업체인 팬택이 결국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수순을 밟게 됐다.

채권단이 이동통신사에 제시한 팬택 지분 출자전환 요구에 이통사가 끝내 응하지 않은 데 이어 단말기 추가 구매 요구도 거절하면서 팬택의 법정관리가 현실화했다.

팬택이 법정관리 수순으로 내몰리게 되면서 워크아웃 진행 과정에서 벌어진 채권단과 이통사 간의 책임 떠넘기기 행태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팬택은 이날 오전 상암동 본사에서 이준우 대표이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최종 결의했다.

이사회가 법정관리 신청을 최종 승인함에 따라 팬택은 이르면 이날 중으로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샐러리맨 성공 모델'로 꼽혀온 박병엽 전 부회장이 창업한 팬택은 삼성과 LG 등 대기업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기술 혁신을 이어오며 벤처 신화를 써왔다.

하지만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해외 업체 매각을 넘어 기업 청산까지 우려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팬택은 그간 몇 차례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지만 그때마다 고강도 구조조정과 기술 혁신, 마케팅 수완을 발휘하며 위기를 극복해왔다.

첫 번째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2007년, 팬택은 1차 워크아웃(기업개선절차)에 들어갔고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통해 4년8개월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LG, 애플 등 글로벌 업체들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팬택이 설 자리도 줄어갔다. 결국 워크아웃 졸업 26개월만인 지난 3월 또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창업주 박병엽 부회장이 실적 부진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났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또 이뤄졌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 주도 하에 워크아웃이 진행중이던 팬택에 위기감이 확산하기 시작한 것은 채권단이 4천800억원 규모의 팬택 지분 출자 전환을 추진하면서다.

채권단이 3천억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1천800억원 규모로 출자전환 하는 방식이다.

채권단이 이통사의 결정 기한을 몇 차례 연장해주면서까지 이통사들에 출자전환에 응할 것으로 요청했지만 이통사는 계속해서 난색을 표했다.

이통사가 출자전환에 응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팬택은 이통사에 채무 상환을 유예하고 단말기 최소 구입 물량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이에 이통사는 팬택의 최소 판매 물량 보장 요구는 사실상 거절했고, 1천531억원 규모의 상거래채권 전액에 대해서는 채무 상환을 2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팬택 경영 정상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통사의 단말기 구매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유동성 위기가 심화한 팬택은 결국 법정관리행을 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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