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현금부자' 삼탄이 '3수(修)' 끝에 동부발전당진의 새 주인으로 결정되면서 꿈에 그리던 석탄화력발전사업에 진출하게 됐다.

하지만 동부발전의 주인인 동부건설의 세심하지 못한 행태가 삼탄의 심기를 건드리면서 양측간 주식매매계약(SPA)이 체결되지 못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져 관심을 끌었다.

동부건설은 지난 5일 삼탄을 동부발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추가 협의를 거쳐 8일 SPA를 체결할 예정이었다.

동부건설은 당일 별도의 보도자료를 내고 삼탄과 SPA를 체결한다고 공식화했다. 모든 절차가 순탄한 듯 보였다. 그러나 삼탄은 결국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

동부건설이 SPA 체결과 함께 삼탄과 동부발전의 설계ㆍ조달ㆍ시공(EPC)에 대해 상호 협력키로 했다고 보도자료를 내고 공시를 한 게 화근이었다.

이 때문에 삼탄 고위 관계자는 "서명을 못하겠다"고 맘을 돌렸다.

동부건설은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EPC와 관련해 상호 협력키로 했다는 부분을 빼고 재공시를 하겠다고 삼탄을 달랬다.

동부건설은 주말을 보낸 뒤 결국 지난 11일 "동부발전 지분 매각을 위한 계약만 삼탄과 체결했을 뿐이다. 공사와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정정공시를 했다.

동부건설이 재공시를 한 뒤에야 비로소 양측간 SPA 체결이 이뤄졌다.

일종의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었던 '사건'이지만 양측간 동부발전 EPC 문제는 첨예한 이해가 갈리는 사안이다.

동부발전의 총 건설비는 2조2천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EPC 규모는 무려 1조8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대우건설과 대림산업 등 국내 굴지의 건설사가 동부발전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도 EPC 수주에 대한 매력이 컸기 때문이다.

동부건설 입장에서는 동부발전의 경영권을 삼탄에 넘겨준다 하더라도 EPC에 대한 미련은 컸을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1조8천억원에 달하는 일감을 따낸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동부건설은 동부발전 건설과 관련한 태스크포스를 운영할 정도로 준비를 많이 해 왔다.

동부건설이 건설사 또는 건설사를 컨소시엄으로 참여시킨 투자자를 인수자로 탐탁치 않게 봤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본입찰에 참여한 삼탄과 SK가스 중에 삼탄을 더 선호했던 것도 그런 차원에서다. SK가스는 계열에 SK건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탄은 동부건설의 행태에 이해할 수 없었다.

EPC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은 삼탄의 몫이고 앞으로 찬찬히 들여다 봐야할 사항인데 뜬금없이 동부건설이 수주라도 한냥 공식화해 버렸기 때문이다.

삼탄은 상당히 보수적인 기업에 속한다. 막강한 사업기반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위한 전략은 매우 조심스럽다.

동부발전을 품에 안긴 했어도 발전소 건설을 위한 사업계획은 이제부터 슬슬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보고 있다.

동부건설의 사정이 급해도 사업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항들은 사업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아무런 협의도 없이 덜컹 '상호 협력'이라는 말을 내뱉어 버리는 곳에 불쾌한 심경을 내비칠 수밖에 없었다.

삼탄의 한 관계자는 "돌다리를 두들겨 보고 건너는 것이 아니라, 무거운 망치로 수차례 친 뒤에도 건널지 말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삼탄은 동양파워 인수전에서 '올-인'하다시피 했음에도 불구하고 포스코에너지와 가격 차이가 커 결국 주인이 되지 못했다.

이번에 동부발전을 인수하기 위해 써낸 가격도 2천700억원이었다. 고배를 마신 뒤 더 세게 지를 것이라던 예상을 깬 것이다. SK가스와의 가격차이는 300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자문사로 내세운 삼성증권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한 결과로 전해진다. 삼성증권은 STX에너지와 동양파워 인수전에서 실전 경험을 쌓았다.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능력만큼은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인수가격은 삼탄 경영진이 최종적으로 결정을 했지만 '위너 프라이스(Winner Price)'를 위한 가이드는 삼성증권이 잘 이끌어냈다는 후문이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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