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한국 기업들이 미국 법정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증거로 쓰일 수 있는 관련 서류를 반드시 보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미국 로펌 코브레앤김의 네이선 박 변호사는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한국 기업들이 미국 법원이 요구하는 서류 보전 의무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소송에 심각한 영향이 미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변호사는 "미국법 하에서는 해당 증거가 현재 또는 앞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소송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거나 이를 상당히 인지했어야 할 때부터 보전 의무가 시작된다"면서 소송을 유발할 수 있는 일이 발생하면 관련 서류를 보호하는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이를 위해 미국 주요 기업들의 법무부서는 끊임없이 소송 발생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보통 직원들에게 관련 서류를 보전하라는 서한을 발송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관련 증거를 파기하면 벌금을 부과받거나 배심원 평결에 악영향이 미칠 수도 있다면서 "미국의 소송에서 적절한 서류의 부족은 게임체인저(판도를 바꾸는 요인)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한국의 법률은 소송에 처할 수 있는 당사자들에게 서류 보전 의무를 별도로 부과하지 않는 까닭에 한국 기업들은 미국 법정에서 곤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한 뒤, 지난 2009년 미국 화학기업인 듀폰이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코오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사례로 들었다.

당시 1심 법원은 코오롱이 관련 전자서류 1만7천건 이상을 파기한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 점이 코오롱이 1심에서 패배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코오롱은 삭제된 서류 중 다수는 개인 이메일이나 컴퓨터 임시파일, 소송과 관련이 없는 서류들이라고 주장했지만 서류들이 온전했다면 법정에서 직접 이런 주장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듀폰과 코오롱의 소송은 1심에서 코오롱이 듀폰에 9억2천만달러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지만, 지난 4월 항소심에서는 원심이 뒤집혀 다시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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