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이란 사태에 전 세계 원유 재고 감소까지 겹치면서 국제 원유시장에 지난 2008년의 '슈퍼 스파이크'가 재발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리비아 내전의 여파로 원유 재고 상황이 이미 안 좋은 터라 재고가 더 감소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이란과 서방의 정치적 갈등이 해소될 가능성이 작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하반기 대(對) 이란 제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 예비생산능력 감소 + 정치적 갈등 여전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미국시간) 현재 상황이 지난해 리비아 사태 때보다 걱정스러운 이유 중 하나는 예비 생산능력이 지난해보다 줄었다는 점에 있다고 진단했다.

즉, 필요한 경우 추가로 공급할 수 있는 원유가 지난해보다 적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1~2월의 예비 생산능력은 하루 평균 250만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70만배럴에서 감소했다.

반면에 올해 석유 수요는 일일 평균 8천900만배럴로 전년대비 100만배럴 증가했다.

그러나 캐나다의 기술적인 이유와 남수단의 정치적 변동으로 이미 75만배럴의 공급이 차단됐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의 의견 일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작다는 점이 유가가 더 오를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이란의 핵시설을 둘러싼 서방과의 갈등에 이란 정부는 세계 석유수송량 중 1/5이 통과하는 걸프만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이란은 입장을 굳히지 않고 있으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핵 프로그램에 대해 협상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면서 이란에 경고를 보냈다.

미국의 대니얼 포너먼 에너지차관은 지난 14일 쿠웨이트에서 석유 생산-소비국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제에너지포럼(IEF)에서 "(미국과 이란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며 "그 누구도 지난 2008년 일어났던 일이 반복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에도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이 악화하고 예비 생산능력이 떨어지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에 달하는 슈퍼 스파이크를 겪었다.

포너먼 에너지차관은 "지금의 유가가 너무 높아 지속적인 글로벌 경제 회생을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 하반기 이란 제재시 상황 악화 = 하반기에 들어서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미국과 유럽 정유업체가 정유시설 계절 정비를 마치면서 원유 수요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EU는 그동안 이란 핵무기 개발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받는 기업, 기관, 개인에 대해 자산 동결과 비자 금지, 이란산 석유 수입금지 등의 제재를 취해왔다. 이들 조치는 오는 6월 중 효력이 발생한다.

IEA는 만약 이란산 석유 공급이 전면 중단된다면 하루 공급량이 100만배럴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란은 하루 평균 220만배럴을 수출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3분기 석유 수요가 공급을 110만배럴 정도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이 악화하면서 시장은 미국과 영국의 전략비축유(SPR) 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14일 양국 정상회담에서 전략비축유 방출 가능성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석유 재고를 활용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마리아 반 데르 후벤 IEA 사무총장은 현재 채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원유 재고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myta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