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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1) 찬물과 더운물이 나오는 수도꼭지 2개가 있다. 찬물이 나오는 수도꼭지를 틀면 30분만에 욕조를 가득 채우고, 더운물이 나오는 수도꼭지를 틀면 60분 만에 욕조를 채운다. 두 수도꼭지를 동시에 튼다면 몇 분 만에 욕조를 가득 채울 수 있을까?

당신은 문제를 보자마자 “45분!”이라고 대답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미안하다. 틀렸다. 찬물 수도꼭지 하나만으로 30분이면 되는데, 더운물 수도꼭지까지 합쳐서 시간이 30분보다 더 걸린다고? 말이 안 된다. 정답은 20분이다. 찬물로는 1분에 욕조의 1/30을 채우고, 더운물로는 1분에 1/60을 채우니, 둘을 합치면 1/30+1/60=1/20이 된다.

(문제 2) 하나만 더 풀까? 세 사람이 울타리 3개를 페인트칠하는데 세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면, 한 사람이 울타리 1개를 페인트칠하는데 몇 시간이 걸릴까?

앞에서 속은 바 있는지라 당신은 “1시간!”이라고 얼른 답하려는 욕구를 용케 참아내고는 해답을 곰곰 생각할 터. 아무리 따져도 1시간이 답인 것 같다. 그런데 답은 3시간이다. 세 사람이 각자의 울타리를 칠한다고 상정해보라. 1사람이 자신의 울타리를 칠하는 데 3시간 걸려야, 세 사람이 울타리 3개를 3시간에 칠할 수 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데도 우리는 깜빡 속았다. 30분과 60분이라는 문제가 주어졌으니 우리는 냉큼 중간값 45분을 택하게 되어있고, ‘3사람-3울타리-3시간’이라는 조건에서 ‘1사람-1울타리-?’ 이라면 얼른 ‘1시간’이라고 말하게 되어있다. 인간은 ‘패턴’에 길들여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들은 패턴으로 함정을 파놓았다.

점심시간에 당신이 즐겨가는 식당은 모두 몇 군데나 되는가?(아! 이것은 문제가 아니다) 50개? 100개? 아니다. 대부분 10개 이하의 ‘단골’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매일 똑같은 메뉴를 먹어서 물릴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익숙하고 친근한 음식을 먹어야 우리는 편안함을 느낀다. 인간은 ‘패턴’에 길들여 있기 때문이다.

패턴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속일 수 있듯, 그 사람의 식습관 패턴을 알면 단골 식당이 어디인지 파악할 수 있다. 주가나 환율을 예측하는 일도 똑같다. 어떤 상황을 줬을 때 인간의 행동은 패턴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지라 우리는 그 패턴을 연구하여 주가나 환율의 방향을 점친다. 최근 코스피지수의 움직임은 어떤 패턴을 따르고 있는가? 달러-원의 움직임은 또한 어떤 패턴이라고 생각되는가? 당신의 눈에 패턴이 정확하게 들어오는 순간, 이 세상의돈은모두 당신 것이다. 물론 그 패턴을 알아내는 일이 제일 어렵지만 말이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패턴이라면 알기 쉽게 상승패턴과 하락패턴의 두 종류로 나뉜다. 상승패턴은 상승추세일 때 나타나는 것으로 대폭상승-소폭하락-대폭상승-소폭하락을 반복하는 것이며, 하락패턴은 그 반대, 즉 대폭하락-소폭상승-대폭하락-소폭상승을 반복하는 것이다. 조금 떨어지고 크게 오르니 상승패턴에서는 의당 주가가 오른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 즉 조금 오르고 많이 떨어지면 궁극적으로 주가는 내리기 마련.

최근의 코스피지수 패턴은 어떤가? 주가는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였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분명히 ‘대폭상승-소폭하락’의 꼴을 하고 있다. 가깝게는 7월11일(장중저점 1,911), 혹은 멀리 본다면 2월4일(장중저점 1,885)부터 시작된 추세가 완벽하게 상승패턴이다. 조금 떨어지다가 많이 오르는 일은 되풀이하고 있다. 인간은 패턴에 길들어 있는 법. 지금까지의 패턴이 상승패턴이었다면 큰 변화가 없는 한 이런 패턴은 이어질 것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당신이 단골 식당을 바꾸지 않는 이치와 같다.)

기본적인 추세 혹은 주가의 움직임 패턴이 상승패턴이라면, 거기에다 다른 기술적 보조지표를 덧붙이는 것은 ‘사족’에 지나지 않는다. 일목균형표로야 코스피지수가 기준선-전환선 등이 호전된 것은 물론이고 거기에다 지수가 구름 위를 날아가고 있으니 상승추세라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동평균선으로도 주가는 20일선 위를 활보하는 즉 의심할 바 없는 상승세이다. 다른 보조지표들도 마찬가지.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취할 바, 전략은 명백해진다. 주가가 밀릴 때마다 매수하거나(저점매수) 혹은 주가가 오르면 뒤따라 매수하는(추세동반) 전략이어야 할 것이다. 지난주에는 내가 휴가인즉 칼럼을 한 주일 쉬었지만, 그때의 주장이나 지금의 생각이나 달라진 것은 없다. 우크라이나며 이라크 혹은 가자 등의 지정학적 우려가 종종 주가를 흔들고는 있으나 근본적으로 패턴, 혹은 추세가 상승세인데 우리마저 덩달아 흔들릴 이유는 없겠다.

2,020이라는 지긋지긋한 박스권 상단을 탈출하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매수의 이유가 되는데 하물며...

(달러-원 주간전망)

코스피지수의 경우는 추세가 뚜렷하니 별로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달러-원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패턴을 판단하기가 애매하다. 만만치 않다. 하긴, 앞서 지적하였듯 패턴이 손쉽게 눈에 들어온다면 누군들 돈을 벌지 못하랴. 패턴을 인식하는 일이 까다롭고 어려운지라 우리가 시장에서 이 고생(!)을 하는 게다.

우선 환율이 ‘대폭상승-소폭하락’의 길을 걷고 있는지 아니면 ‘소폭상승-대폭하락’을 반복하고 있는지 따져 패턴을 알아보려고 하는데, 지난주에 접어들면서 시장의 리듬이 바뀌고 있다. 그전까지 환율은 많이 오르고 조금 내리는 모습이었는데, 지난주부터 졸지에 ‘소폭상승-대폭하락’의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추세가 바뀌는 것은 아닌가 의심되는 국면이다.

내가 종종 추세의 판단근거로 활용하는 일목균형표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전환선이 하락하였고, 기준선 역시 하락세로 뒤바뀌었으며 아울러 당당하게 구름 위를 날아가던 환율 역시 불현듯 구름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구름의 두께마저 얇아서 이러다가 순식간에 환율이 구름 아래로 처박히면서 하락추세로 돌변할 공산도 커졌다.

물론 “부자 3년 간다”는 속담처럼 상승추세를 이어오던 것이 창졸간에 바뀔 리는 없을 터. 추세가 완벽하게 바뀌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것이고, 혹은 추세가 바뀌는 척하다가 다시 기존의 (상승)추세가 재현될 공산도 여전히 있기는 하다. 다시 말하여, 지금은 다소 회색지대, 애매한 순간. 그러나 굳이 내 입장을 말한다면 나는 다시 ‘아래쪽’으로 베팅하고 싶다. 단순무식하게 말하여 그동안 환율이 꽤 올랐으니 좀 밀린다고 하여 이상한일도아니고, 슬슬 네고물량의 압박이 예상되는 하순으로 접어드는 것도 ‘숏’을 외치는 이유이다. 구름 하단은 1,014원. 그게 무너지면 확실한 하락세이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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