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울돌목 앞 회오리치는 바다에서 부서지는 배들은 적자에 나가떨어지는 증권사 같았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 '필사즉생 필즉사생(必死卽生 必卽死生)'의 의지로 왜군과 싸운 우리네 모습은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모습이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최근 직원들과 함께 영화 '명량' 관람을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 회사 통신망에 충무공 이순신의 리더십을 회사 경영에 활용하자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고 나서 부서 회식 겸 진행한 이벤트였다. 그는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울돌목에서 산산이 부서지는 배들이 증권 업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같아 감정이 몰입됐다.

그 때문일까. 최근 금융권에는 그야말로 '명량' 바람이 불어쳤다.

김석 삼성증권 사장은 지난달 31일 매 분기 진행하는 전국 지점장회의를 함께 명량을 관람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날 행사에는 무려 80여명의 임직원이 함께했다. 김 사장은 얼마 전 열린 주요 경영진 회의도 명량 관람으로 대신하기 위해 두 번째로 영화관을 찾았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지난 1일 계열사 임원들과 명량을 관람했다.

김덕수 KB국민카드 사장은 지난 8일 '최고경영자와 함께하는 시네마데이' 행사를 통해 50여명의 임직원들과 명량을 함께 봤다. 영화가 끝나고 찾은 호프집에서는 이순신의 리더십도 논했다.

서준희 BC카드 사장도 지난 12일 30여명의 직원들과 위기관리 리더십을 배우기 위한 취지로 명량을 단체 관람했다.

정찬형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도 지난주 팀장급 직원들과 영화관을 찾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다소 지나치다고 느낄 수 있는 금융권 '명량' 바람의 시발점을 업권 불황이 주는 위기감에서 찾았다. 고작 12척의 배로 싸우는 우리 수군들의 모습이 업황 불황과 수익성 감소에 몸살 난 금융업계와 닮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 최고경영자들이 임직원과 너도나도 명량 단체관람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시사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라며 "불가능에서 가능을 실현한 이순신의 모습에서 금융업이 나가야 할 방향을 찾은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년의 최고경영자와 젊은 직원이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영화가 오랜만에 나온 것도 이유 중 하나"라며 "임직원과 소통의 한 통로이자, 경영자가 지금 말하고 싶은 것을 영화가 대신 해준다는 점이 금융권 CEO들에게 와 닿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산업증권부 정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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