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다들 '박인규는 이제 끝났구나'라고 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행내에서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은 임원이었다. 서울분실장, 전략금융본부 부행장보에 이어 대구은행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마케팅그룹장 겸 공공금융본부장 거쳐 지원그룹장(부행장)을 역임했다.

그는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는 차기 행장감이었다.

그랬던 그가 2012년 별안간 조그만 인력관리 자회사인 대경TMS 대표이사로 발령받게 된다.

"친구들이 위로주를 사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혼자 '끝이 아니다'고 생각했다.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DGB금융은 금융지주 역사가 짧아 자회사 임원이 은행으로 컴백한 선례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역사를 내가 만들면 되지 않느냐는 마인드를 갖고 일했다." 박 행장은 자신의 속내를 아무에게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하춘수 전 행장의 시나리오였다. 내심 점찍어 뒀던 후임자가 극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켜본 것이다. 아무런 말없이 묵묵히 일을 해내는 박 행장을 지켜본 하 전 행장은 마음을 굳혔고, 행장 임기 만료 1년을 앞두고 용퇴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긍정의 힘'으로 대처하는 박 행장의 돌파력과 자리에 연연하지 않은 선배의 용단 덕에 경영권이 매끄럽게 승계됐다.

박 행장은 입사 초기를 35년 은행원 생활동안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꼽는다. 상고 출신 동기보다 입사가 많이 늦었던 탓에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했다. 마침 터진 석유 파동으로 이직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건설회사에 붙긴 했지만 규모가 너무 작았다. 그는 입행 후 2년을 꼬박 방황했지만 특유의 긍정적인 태도로 마음을 다잡았다.

"ROTC(학생군사교육단)였을때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다가 가만히 앉아 주판알을 튕기려고 하니 영 적성에 맞지 않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렇게 2년을 방황했지만 어느날 이건 아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대구은행에 뼈를 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대리, 차장은 늦게 달겠지만 열심히만 하면 동기들이 지점장이 될 때 나도 비슷해지지 않겠냐는 꿈을 가지게 됐다."

박 행장은 지난 3월 제2대 DGB금융지주 회장 겸 제11대 대구은행장으로 취임했다. 입사 초기에는 몇 번이나 은행 문을 박차고 나가고 싶었다는 행원은 현재 DGB금융지주의 정점에 서 있다.

취임 후 약 반년이 흘렀지만 그를 둘러싼 상황은 여전히 쉽지 않다. 경남·광주은행 매각으로 인한 지방은행권 구도 재편과 저금리에 따른 은행권 수익 악화 심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대구 지역 경기, 갈수록 거세지는 시중은행과의 경쟁 격화 등이 당장 눈 앞에 닥친 과제다.

DGB금융지주의 차세대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박 행장의 돌파력이 다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 행장은 위기를 타개할 우선 전략으로 몸집 키우기를 꼽는다. 자산운용과 증권, 보험업에 진출해 비은행업 비중을 25%로 늘려 자산 규모를 3년내 80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리겠다는 것이다.

특히 저비용으로 계열사간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자산운용사는 박 행장이 취임 때부터 관심을 드러내온 분야다. DGB금융은 최근 현대자산운용 인수를 시도했지만, 산은이 현대증권을 포함한 패키지로 매각하는 안건을 고수해 결국 무산됐다.

"대구은행의 규모를 고려할 때 어떤 업권을 우선 인수하는게 맞는지, 인수 시기는 언제가 적합할지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 지금은 돈을 들고 백화점에서 어떤 물건이 사는게 좋은지 살펴보고 있는 것과 같다. 현대자산운용과 KDB생명, 아주캐피탈 등 잇따른 인수 중단에 대해 말이 많지만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자산운용사는 인수가 여의치 않으면 설립도 고려하고 있다."

또 다른 전략은 경기가 좋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 공략이다. 경기가 좋지않은 대구 지역에만 매달리지 않고 영역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부울경 지역은 마치 활화산과 같다. 부산만 해도 대구보다 시장이 3배 정도 넓기 때문에 먹을거리가 있다. 부울경으로 진출한 대구·경북의 주거래 기업을 잡는다면 승산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대구은행은 지금까지 부산과 울산 지역에 5개와 2개, 창원과 김해에 각각 1개씩의 지점을 냈다. 내달에는 경주 외동 공단지점을 개설할 예정이다. 행정구역은 경주이지만, 실생활 구역은 울산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그는 자신을 미스터 점프(Mr. Jump)라고 부른다. 저금리·저수익 등 각종 난제를 잘 넘겠다는 의미와 현장을 부지런하게 다니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취임 후 틈만나면 고객과 영업현장을 찾는다고 했다. 직원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열리는 '미스터 점프와의 번개ting'은 행내에서 유명한 깜짝 행사다.

"행사가 있을때 이동하는 중간에도 고객을 찾아뵙는다. 내 몸은 조금 힘들지 몰라도 고객들이 참 좋아한다. 정도영업, 그리고 현장영업이 내 모토다. 현재 대구은행은 지점이 약 300개 정도 있다. 현재 반 조금 넘게 돌았다. 직원들의 기를 북돋워주는게 내 일 아니겠나. 올해까지 지점을 모두 돌아볼 계획이다."

<프로필>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1954년 경상북도 경산

-1972년 대구상업고등학교

-1977년 영남대학교 무역학과

-1979년 대구은행 입행

-1992년 한양대학교 금융대학원(경영학)

-2001년 대구은행 서울분실장

-2006년 대구은행 서울영업부장

-2007년 대구은행 본부장(경북1본부)

-2009년 대구은행 부행장보(전략금융본부)

-2010년 대구은행 부행장(마케팅그룹장 겸 공공금융본부장)

-2011년 대구은행 부행장(지원그룹장 겸 영업지원본부장)

-2012년 대경TMS 대표이사

-2014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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