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대규모 회사채 발행을 계획한 케이티(KT)가 증권사에 회사채 판매 확약을 사전에 강요해 논란이 일고 있다.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기도 전에 사전매출을 유도하는 행위는 국내 자본시장법상 불법이기 때문이다.

20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KT는 내달 중순 최대 6천억원에 달하는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주요 증권사에 최근 입찰참가요청서(RFP)를 발송했다.

KT는 RFP에 "(제안서에) 향후 인수단 선정 시 배정금액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세일즈(Sales) 가능한 예상금액을 기재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아울러 "허수금액을 기재하면 향후 인수기관 선정서 배제하겠다"고 경고했다.

기관투자자로부터 회사채를 인수하겠다는 확실한 약속을 받아오라는 이야기다.

이 같은 사전매출은 국내 자본시장법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행위다.

자본시장법에는 '증권을 모집 또는 매출하려는 경우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회사채에 대한 명확한 설명(증권신고서)도 나오지 않았는데 판매하는 행위는 사실상 '불완전 판매'다.

국내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KT 회사채를 얼마나 인수할 수 있는지를 묻는 전화를 하루에 7~8통씩 받고 있다"고 말했다.

KT의 행위는 회사채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

증권사는 기업이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하고 싶어한다는 점을 잘 안다. 반면, 회사채를 인수하는 기관투자자는 가능한 한 높은 금리를 받고 싶어 한다.

이 때문에 증권사는 낮은 금리의 회사채 발행을 유도하면서, 기업으로 받은 수수료를 회사채에 얹어 기관투자자에 매출하곤 한다.

KT가 발행하는 회사채의 주관사를 맡고 싶은 증권사는 최대한 많은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데, 자신이 받을 수수료를 털어 이들의 구미에 맞는 금리를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KT의 회사채 가격이 시장 컨센서스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KT측의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다소 부족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jwchoi@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