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스페인의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18일(유럽시간) 투자 전문 매체 시킹알파는 스페인의 경제 상황을 주목하며 스페인이 곧 무너지기 일보직전이라면서 위기를 더욱 확산할 제2의 도미노로 거론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스페인이 다시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 시작한 것은 이달 초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스페인 경제의 침체를 감안해 올해 재정 적자 감축 목표치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4.4%에서 5.8%로 수정한 때부터다.

이후 스페인의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아 제2의 그리스가 될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이 잇따르기 시작하고있다.

스페인은 부동산 시장의 불황과 저축은행 부실 등으로 끊임없이 시장의 의심을 받아왔다. 공식 실업률이 23%, 청년 실업률만 50%에 가깝다는 점은 불황의 깊이를 가늠케 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스페인의 주택가격이 최근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주 발표된 작년 4분기 스페인 주택가격은 연율로 11.2% 급락하며 2007년 1분기이래 최악을 기록했다. 3분기 주택가격 하락률은 7.4%를 기록한 바 있다.

스페인 주택시장의 불황은 은행들에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해 과거 미국의 금융위기를 상기시킬 정도다.

스페인 은행들이 보유한 건설 및 부동산 부문 대출은 4천억유로를 넘어선다. 이는 스페인 GDP의 40%와 맞먹는 수준이다.

문제는 담보 대부분이 부동산이라는 점에서 부동산 가격의 하락은 은행들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스페인 은행들의 유럽중앙은행(ECB) 대출이 증가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주 스페인 중앙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스페인 은행들의 2월 ECB 차입 규모는 1천698억유로로 1월보다 84억유로 늘어났다.

ECB의 3년 만기 장기 대출(LTRO)이 두 차례 시행됐음에도 스페인 은행들이 계속해서 차입 규모를 늘리는 것이다.

스페인 은행들은 ECB에서 빌린 자금을 이용해 스페인 국채를 매입하고, 정부는 은행 구제금융 당국을 통해 은행들을 구제하는 꼬리물기식 대출이 지속되고 있다.

시킹알파는 이를 스페인식 '오퍼레이션 폰지게임'이라고 경고하며 은행과 정부가 둘 다 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페인의 작년 4분기 공공 부채도 GDP의 68.5%로 17년래 최고치로 높아져 정부의 부담도 늘고 있다는 점은 이 같은 경고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라호이 총리는 스페인의 올해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EU와 합의해 5.3%로 수정하는 데 만족해야했다. 감축 목표를 높여 당장 숨통을 틔우긴 했지만, 스페인은 내년까지 재정 적자를 GDP의 3% 이내로 낮춰야 한다.

이 때문에 스페인이 당장 2년 안에 재정 적자를 목표치 내로 감축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심심찮게 들리는 모습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벤 메이 유럽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스페인 공공부채가 공식 수치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일부 보고서들이 있다"라며 "앞으로 2년간 (공식 목표치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메이 이코노미스트는 "은행 시스템은 취약하고 주택시장의 채무 과잉은 스페인 상황이 아일랜드와 유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스페인 경제 규모가 그리스보다 훨씬 더 크다는 점에서 디폴트나 구제금융이 나타날 작은 위험만 보이더라도 이는 그리스가 미친 영향보다 더 큰 영향을 유로존에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뤼셀 소재 경제연구소 '리디파인(Re-Define)의 소니 카푸르 이사는 "스페인 경제는 초대형 하강 위험을 갖고 있으며, 스페인 경제는 매우 취약한 상황에 처해 있다"라며 "스페인이 직면한 문제는 그리스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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