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성규 기자 =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갈등을 빚었던 임영록 KB금융지주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이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를 피하게 됐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21일 제재심위원회에서 각각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이로써 이 둘은 석달 가까이 계속된 퇴진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제 비난의 화살은 금감원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중징계를 사전 통보하면서 제재심에서도 중징계 결정을 자신했다.

결과는 경징계, 금감원의 체면이 구겨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제재리스크에 대한 책임론도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KB 징계에만 올인하다가 올해 초 발생한 카드사의 개인정보유출 사고와 관련한 임직원 제재도 지금까지 확정 짓지 못했다. 지난 5월 진행한 앱카드 명의도용 특별검사도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각종 금융사고는 뒷전이고 KB만을 타켓으로 진행해온 군기잡기식 검사와 제재로 금감원은 당분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수현 금감원장의 리더십도 상처를 입게 됐다.

최 원장은 틈만 나면 KB사태와 관련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엄정하게 재재할 것이라고 밝히곤 했다. 그러다 KB 징계가 지연되자 소명의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며 강경한 자세에서 한발 물러서는 등 일관성 측면에서도 오락가락했다는 것이 금융권 안팎의 지적이다.

금감원은 제재 과정의 투명성과 제재심의 독립성 부분도 의심을 받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22일 "금감원의 징계는 투명성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문제다"며 "징계를 결정하기 앞서 제재심위원들을 금감원 임직원들이 사전접촉한다는 얘기까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법부로 따지면 제재심위원들은 판사에 해당하는 데 검사에 해당하는 금감원 임직원들이 징계 결정전 제재심위원들을 만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이는 금감원의 뜻대로 징계 결정이 나와야 한다는 독불장군식 행정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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