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기획재정부 국제금융라인이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을 계기로 이뤄진 인사잔치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사람장사'라는 국제금융업무 특성상 유임이 불가피했다는평가도 적지 않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7월초 새로 취임하면서 기재부가 각종 인사에서 약진하고 있다. 추경호 전 제1차관이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으로 승진했고 대부분 1급 인사들도 차관급으로, 주요 보직 국장들이 1급으로 각각 승진했다. 최경환 부총리가 이른바 '실세 장관'으로서 힘을 과시하면서 그동안 막혀 있었던 기재부의 인사적체를 한꺼번에 해소했다.

그러나 국제금융라인의 핵심인 은성수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과 최희남 국제금융정책국장이 모두 유임됐다. 잠시 존폐론까지 거론됐던 국제금융협력국의 유광렬 국장만이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으로 파견 가고 대신 송인창 국장을 맞았다.

이런 이유로 기재부 국제금융라인의 상대적인 박탈감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일부 서울외환시장의 호사가들은 그동안 경제관료 집단에서도 '에이스'로 통했던 기재부 국제금융라인이 홀대받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리 국제금융라인이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과거 환율 전쟁의 최전선에서 부족한 실탄을 아껴가며 싸워야 했던 위기 때와는 상황이 너무나 다르다.

전쟁터에서 실탄인 외환보유액은 지난 7월말 기준으로 3천680억달러를 넘어섰다. 일부에서는 외환보유액이 지나치게 많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과거 한국을 공격했던 핫머니 세력들은 이제 한국 원화자산을 국제금융시장에서 안전투자처를 일컫는 '세이프 헤븐(Safe heaven)'이라고 치켜세우고 있다.상전벽해다. 달라진 여건 또한 현재 기재부 금제금융라인이 과거 사무관 초년병 시절부터 이룩한 업적이다.

그렇다고방심하기는 이르다. 당장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핑계로 사실상 환율전쟁을 전개하고 중국도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며 아시아를 한입에 삼길 태세다. 언제 환율전쟁이 재발할지 모른다.

외환시장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괴물로 돌변하기 마련이다. 시장이 심리적으로 쏠리기 시작하면 막대한 외환보유액이나 세이프 헤븐이라는 화려한 평가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진다.

기재부 국제금융라인은환란이라는 위기국면에서 빗겨난 지금을한 단계 더 내공을 업그레이드 시킬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국제금융라인의 유임이 당연한 측면도 있다. 금융시장에서 외환당국의 의지를 관철하려면 충분한 시간도 필요하다. 국제금융시장과 서울환시 참가자를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려면 더 좋은 논리를 개발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기재부 국제금융라인을 거친 한 경제관료도 "국제금융은 사람장사가 사실상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먼사태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가 보여준 것처럼 제대로 인적 네크워크가 형성된다면 굳이 전쟁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국제금융라인의 보직 기간이 다소 너무 짧은 감이 있다"며 "주광야오(朱光耀) 중국 재정부 국제담당 부부장은 같은 자리에서 5년째 근무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그의 입지가 커지고 말발이 세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만큼 중국의 입장을 관철하기도 수월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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