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은 매파도 아니고 비둘기파도 아닌 중립적인 발언을 했다. 이후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것이 눈에 띈다. 지난 주말 달러-엔은 7개월만에 처음으로 104엔을 넘어섰다.

달러는 엔화 뿐만 아니라 유로화 등 주요 글로벌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00)에 따르면 달러지수는 25일 현재 82.310에 거래됐다. 7월 1일 79.8일부터 오름세를 탄 달러지수는 최근 들어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유로와 엔 등 6개통화에 대한 달러의 가치를 가중평균해 지수로 만든 달러지수의 강세는 달러가 주요 통화에 대해 모두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인 것은 세계 경제의 흐름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한 나라의 환율이 그 나라의 국력과 경제력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보면 최근 달러의 강세는 미국 경제의 회복세를 반영한다. 달리 말하면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경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유럽은 현재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독일은 2분기에 마이너스(-)0.2% 성장률을 기록해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고 오히려 규모가 작아졌다는 의미다. 프랑스는 제로 성장을 기록중이고, 경제위기를 겪었던 남유럽은 스페인을 제외하고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탈리아는 6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경기침체에 빠져있다.

일본은 2분기에 마이너스(-) 6.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소비세 인상으로 경제규모가 축소된 탓이다. 중국은 정부의 성장목표치 7.5%를 맞추는데 급급하다. 3분기말이나 4분기에 추가부양책을 쓸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목표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경제만 '마이웨이'를 부르며 달려나가고 있다. 미국은 2분기에 4.0%의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경기회복 속도가 빠르다. 1분기 한파로 마이너스 성장 우려가 있었으나 거뜬히 극복해냈다. 작년 7%를 웃돌던 실업률은 6.2%까지 내려왔다. 고용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정책당국은 실업률 하락만 보지 않고 임금도 오르는지 살펴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양적인 면 뿐 아니라 질적인 부분까지 챙겨보겠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이러한 주요국의 경제동향을 보면 외환시장에서의 자금흐름을 짐작할 수 있다. 유럽은 더 자극적인 통화완화 정책이 필요하다. 돈을 더 풀어서 경기를 부양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당장은 아니겠지만 추가 부양책을 준비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위해 일본은행이 추가 완화책을 고민해야하는 상황이다. 중국도 경기부양을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놔야 할 처지다. 이와 반대로 미국은 출구전략을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 양적완화는 10월이면 종료되고 금리인상을 위한 초석다지기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이 돈을 풀고, 일본이 돈을 풀면 미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그림이 만들어진 셈이다. 상반기에는 미국에서 풀린 자금이 유럽으로 흘러갔으나 하반기에는 반대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불거진 지정학적 리스크는 안전자산인 달러의 매력을 부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 강세와 함께 미국으로 글로벌 자금이 몰려 들어갈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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