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자금도 사람도, 돈을 잘 벌어주고 돈을 잘 벌 수 있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름 값에 연연하지 않고 중소형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에 과감하게 돈을 맡기고, 대형 증권사나 운용사에 있던 인력들은 규모는 작아도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이는 어려워진 업황 속에서 뚜렷해진 흐름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61개 증권사 임직원 수는 지난해 6월말 4만1천687명에서 올해 6월말 기준으로 3만7천774명으로 크게 줄었다.

1년 사이에 10% 가까운 인력이 줄어들면서 대형사나 중소형사 가릴 것 없이 구조조정이 일상화됐다.

한 증권사 직원은 "인력이 부득이하게 정리되는 경우 기존 2명이 하던 일은 1명이 해야 한다"면서 "인건비를 줄이려면 어쩔 수 없이 업무 부담을 감수해야하고 업무부담은 그대로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전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 부담 뿐만 아니라 더 많은 프레젠테이션 등을 소화하며 증권사 영업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해야하는 신세로 전락한지 오래다.

보고서를 쓰는 일에 집중하기 보다는 이곳 저곳 지점을 돌아다니면서 설명회에 열중하고 있다.

펀드매니저 역시 자신의 운용 스타일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채 수익률이 떨어지면 낙오하는 주기가 더 빨라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스타 애널리스트들조차 좋은 수익률을 올리는 투자자문사로 과감히 발길을 돌리고 있다.

신일평 KDB대우증권 전 연구원, 한종효 신영증권 전 연구원 등이 대표적이다.

30대 초반 펀드매니저들이 이직을 준비하고 자금력이 있는 경우 아예 투자자문사 대표로 나서려는 움직임도 다시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 브레인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등에서 경력을 쌓은 2~3명의 펀드 매니저들이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쓰힐투자자문, 라임투자자문 등은 운용사에서 갈고 닦은 실력으로 투자자문사를 세운 대표적인 경우다.

신생 투자자문사의 약진은 기존 운용사나 대형 증권사에는 위기의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예전처럼 이름값으로 먹고 살던 시기는 지났다는 점을 업계도 인식하고 있다"면서 "수익률을 누가 더 잘 내느냐를 두고 실력으로 겨루는 시대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산업증권부 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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