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번 주는 유럽과 일본의 통화정책 회의가 큰 이벤트다. 돈줄을 죄는 미국과 달리 유럽과 일본은 돈을 풀어야 하는 처지다. 유럽은 두려움의 대상인 디플레이션에 휩싸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겪었던 장기불황 우려도 나오고 있어 이른 시일 내에 손을 써야할 처지다. 일본은 아베노믹스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일본은행(BOJ)에서 돈을 더 풀어주길 바라고 있다.

이번 주에 열리는 유럽과 일본의 통화정책 회의는 추가 대책의 실마리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잭슨홀 회의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단연 주목할 만한 인물이다. 그는 당시 회의에서 "중기 물가안정을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비전통적인 방법을 쓸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그의 발언을 두고 미국식 양적완화(QE)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ECB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매입하는 형태로 돈을 풀 가능성을 예상하는 기관들도 있다.

드라기 총재는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평소 재정건전성을 중요하게 여기던 그의 입장에서 벗어나 재정을 풀 것을 강조한 것은 그만큼 경기부양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로화 가치가 최근 급락(달러 강세)한 것은 '드라기 효과'에 따른 것이다. 지난주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드라기 총재의 발언을 놓고 시장이 확대해석하고 있다며 김빼기에 나섰으나 한번 불 붙은 시장은 좀처럼 냉각되지 않고 있다.

ECB에 대한 기대치가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열리는 이번 회의의 초점은 쇼이블레 장관이 확대 해석됐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 드라기 총재가 어떻게 답할 것인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쇼이블레의 발언에도 드라기 총재가 잭슨홀에서 말한 부분을 되풀이한다면 ECB의 추가 정책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BOJ는 추가 대책에 대해 말을 아낄 것으로 예상된다.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잭슨홀 회의에서 지금의 경제 여건이라면 추가 완화책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BOJ는 작년 4월 양적.질적완화를 통해 돈 풀기 정책을 가동한 이후 그 효과를 점검하고 있다. 올해 4월 소비세 인상 이후에 일본경제가 마이너스 6.8% 성장을 하는 등 경제에 충격이 왔으나 1회성 후퇴라는 판단 아래 추가 대책 시행에는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성장전략.구조개혁)이 제대로 약발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아베노믹스 실패에 대한 부담을 지고 있는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BOJ가 돈을 더 풀었으면 하는 속내를 가지고 있다. 내년 10월에는 소비세를 지금(8%)보다 더(10%) 올려야 한다. 세금 부담이 경제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BOJ는 올 연말까지 상황을 지켜보겠지만, 내년에도 경제회복이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추가 양적완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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