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회사의 기본 철학이 우수한 인력을 모셔와서 공정하게 평가하고 성과를 보상하는 등 본인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최근 시장에 우수한 인력이 나오면 주로 메리츠종금증권으로 이동하는 경우일 것."

메리츠종금에서 글로벌트레이딩 총괄로 있는 박태동 상무는 2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증권업계가 구조조정 등으로 칼바람이 불고 있지만, 메리츠종금은 여전히 성장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종금은 종합금융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한 여신 기능을 중심으로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한계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증권 계정, 특히 채권, 통화, 주식, 해외상품 등을 종합적으로 트레이딩하는 FICC 운용 분야와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에쿼티(equity) 특화 작업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태동 상무는 자산운용본부와 헤지펀드 방식의 AIT운용본부 등 트레이딩 본부 두 곳, 세일즈 본부 두 곳(채권, CP 중개 및 구조화 상품 전문), 법인 본부 등 총 다섯 개의 본부를 총괄하며 회사 증권 계정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삼성증권에서 FICC 운용과 글로벌 운용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다 2012년 7월 메리츠종금으로 합류했다. 외국계은행에 있던 그를 삼성증권으로 영입했던 최희문, 김용범 현 메리츠종금 공동 대표가 박 상무를 다시 불러들였다.

 

그는 "단기적으로 주력하는 분야는 아무래도 바이 사이드인 트레이딩본부 두 곳"이라며 "기존 채권 및 외환, 글로벌 트레이딩 분야 비중을 유지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FICC 플로우 및 에쿼티(주식) 파트를 더욱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수의 증권사들이 올해 상반기 채권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평가 이익을 올렸지만, 작년에는 금리 상승세 속에 채권 평가 손실이 회사당 수백억원에 이르기도 했다. 운용 부문이 주로 채권에 몰려 있어 작년과 올해의 성과 부침이 심했던 것.

메리츠종금은 이들에 비해 채권 규모는 크지 않지만, 운용 사이드의 수익 구조를 다변화해 작년에도 '버짓'을 채우는 성과를 올렸다.

박 상무는 "작년에는 글로벌트레이딩에서 채권평가 손실을 충분히 만회할 만큼의 수익을 냈다"며 "운용 수익의 질적인 측면에서 우수하다"고 자평했다.

실제 이들의 채권 보유 규모는 대형사 대비 25~30% 수준에 그친다. 대신 외환과 글로벌트레이딩의 수익 비중이 타사 대비 높은 편이고, 최근에는 에쿼티 분야의 비중을 키우고 있다.

트레이딩 부문 수익 비중은 이자율과 주식 부분이 각각 30% 내외로 선두를 이끌고, 글로벌 트레이딩과 플로우 트레이딩, FX 등도 고른 활약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에쿼티 트레이드는 지난 6월 대형사의 멀티운용팀 인력들을 영입하는 등 증시 활성화 흐름에 맞춰 더욱 확장하고 있다.

박 상무는 "기존의 pre-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포함하는 PI투자 부문과 플로우 트레이딩을 근간으로, 순수 프랍 트레이딩, 가치 투자 등 다양한 영역으로 에쿼티 관련 리스크 배분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가 최근 에쿼티 트레이딩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 정책이 수출보다 내수에 집중되는 만큼 증시는 당연히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가치 투자가 꾸준한 수익이 나는 상황에서 향후 배당 성향 등을 고려해 투자 종목을 고를 것"이라고 말했다.

장외파생상품시장과 외환시장에서는 메리츠종금이 증권사들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증권사로서는 유일하게 작년 현물환 거래 규모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고, 한국거래소가 지난 6월 말부터 의무 시행 중인 장외파생상품 중앙청산소(CCP) 서비스에서는 다른 대형 증권사를 압도하는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박 상무는 "메리츠종금은 기본적으로 현물환 위주로 달러-원 거래를 했지만, 최근에는 주요 7개국(G-7)과 신흥국 통화까지 커버리지를 넓혔다"며 "미국계 은행과 국내 은행에서 영입한 주포 딜러들이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해외상품 시장의 움직임과 함께 관련 통화의 포지션 구축을 발 빠르게 가져가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장외파생상품의 경우 스와프시장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자율 스와프(IRS)를 통해 현물과 연계된 베이시스 플레이나 커브 플레이 외에도 플로우 물량의 헤지 기능도 담당한다.

일반 기업이나 공기업의 변동금리 및 옵션부금리 발행에 대한 헤지 구축 작업을 맡는 것으로, 외국계 기관이 도맡아 하는 스와프뱅크 역할을 하는 셈이다.

거래소가 제공하는 장외파생상품 중앙청산소 서비스에서 증권사들의 외환(FX) 스와프와 통화스와프(CRS)에 대한 참여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는 게 박 상무의 주장이다.

달러 차입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한 증권사들이 CCP를 통해 FX 스와프 등에 참여하게 된다면, 보다 다양한 상품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기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은행권의 반대 여론을 넘어서야 하는 과제가 있다.

글로벌트레이딩의 경우 해외 금리와 통화, 상품, 에쿼티 등을 모두 커버한다. 개별 트레이더 간의 전략을 따로 두기보다 시장 간 연계성을 우선으로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현재 주목하는 부분은 미국 단기 금리의 상승 가능성이다. 미국 채권 수익률의 평탄화와 동시에 글로벌 달러 강세에 따른 유로, 엔, 원화 등의 약세 흐름을 염두에 두고 포지션을 잡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예상되는 국제 금 가격의 흐름도 고려했다.

메리츠종금은 현재 프랍 위주의 운용 성격을 플로우 트레이딩으로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박 상무는 "대형 증권사들이 다양한 고객층을 바탕으로 수익을 내듯이, 프랍으로 100억원을 번다면 플로우를 통해서는 300억~500억원까지 규모를 키울 수 있다"며 "이제 메리츠도 올해와 내년 플로우 트레이딩을 본격 육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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