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주초 미국 주식시장은 애플의 배당 및 자사주 매입 결정으로 강세를 지속했다. 과거 스티브 잡스가 최고경영자이던 시절, 전혀 배당을 하지 않던 동사의 경영방침이 바뀐 것이다.

사람이 바뀌면 룰도 바뀌는 법이라 하지만 그보다는 1천억달러에 육박하는 잉여현금 규모가 배당을 결정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넓게 보면 배당이건 자사주 매입이건, 아니면 재투자를 통한 회사가치 상승이던 투자자에게 이익을 돌려준다는 면에서는 같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처한 상황을 반영해 다양한 호.불호(好.不好)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애플이 배당을 고려한다는 뉴스가 나오자 투자자들은 배당을 선호하는 측과 자사주 매입을 선호하는 측으로 나뉘어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배당 및 자사주 매입규모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대두됐다.

또한 잉여현금의 배당 시, 배당에 대한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배당보다는 신사업 투자를 통한 자본이득을 바라는 투자자들까지 가세하여 `백가쟁명식' 논의가 진행됐다.

투자공학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결국은 가장 큰 이득을 제공하는 방식을 원할 것임이 분명하나 다양한 투자자 각자의 이해관계가 다른 것이다.

실제 이번 배당 결정으로 非배당주에 투자하지 못하는 일부 펀드의 애플 주식 편입이 예상되어 투자자층이 더욱 보강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최대기업의 배당결정에 대한 이러한 다양한 논쟁을 바라보며 필자가 직관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부러움이다. 애플이라는 기업이 1천억달러에 달하는 잉여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거나, 보유현금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배당하고도 기업활동에 필요한 자금의 조달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란 점에 대한 부러움이 아니다.

그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 내놓은 경영방침에 대해 건전하고 생산적인 분석 및 논쟁이 쏟아져 나오는데 대한 부러움이다.

국내상황과 극명하게 대비되기 때문일까. 그들과 같은 주제를 갖고 국내기업에 대해 본 칼럼에서 논쟁을 진행해볼 기회가 언제일까 하는 부러움이 든다.

국내기업의 성장세는 결코 해외의 기업에 뒤지지 않는다. 이미 많은 부문에서 글로벌 초일류 기업과 경쟁하고 있으며 일부 부문에서는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지속적으로 불거져 나오는 국내 대기업의 담합, 불공정 거래, 부당지원, 횡령 및 배임 등의 뉴스는 필자가 느끼는 부러움이 근거 없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이다.

최근에는 삼성이 탈법적이며 불합리한 거래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증거를 훼손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월가에선 우스갯소리로 애플의 배당금으로 삼성을 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애플이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은 부러워할 일이다. 그러나 그 수익을 얻기까지의 과정이 건전하다는 점은 더욱 부러운 일이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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