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평생 귀사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채용 면접 때 지겹도록 들었을 말인데 지겹지가 않다. 이런 말을 하는 구직자가 없어서가 아니고 최근 금융권에 채용 자체가 뜸했기 때문이다.

찬바람 가시지 않은 여의도에 조금씩 훈풍이 불어오는 모양이다. '코스피 3,000시대'라는 외침도 외침이거니와, 업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여의도 입성에 도전하는 청춘도 늘어나고 있다.

신촌에 위치한 한 대학에서 최근 한국투자증권의 채용설명회가 열렸다.

채용설명회는 늘 북적거린다.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준비한 250여 개의 좌석이 꽉 찬 것은 물론이고 자리가 없는 학생들은 2시간을 내리 서서 들었다. 이 자리에는 총 400여 명의 구직자가 참석했다.

여느 채용설명회와 다름 없어 보이지만, 다르다. 작년과 비교해서 다르다.

지난해 채용 설명회에는 올해 참석자의 절반 수준이 참가했다.

'듬성듬성 빈자리. 미지근한 반응' 당시 설명회를 떠올리는 회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번 채용 설명회는 이 학교 학생만 참가한 게 아니었다.

부산에서 첫 KTX열차를 타고 올라온 학생, 안동에서 올라온 학생 등, 꾸준히 신입사원을 뽑아온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첫' 채용 설명회라는 소식에 증권맨을 꿈꾸는 구직자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열정도 만만찮다. 질의응답 시간을 자기 PR의 기회으로 활용하는 구직자들도 여럿있었다. "평생을 한국투자증권과 함께하고 싶은 OOO입니다"에서부터 "다음 생애도 한국투자증권과 함께하고 싶은 OOO입니다"까지.

미래의 증권맨들이 궁금한 질문은 단연 '그래서 내가 이 회사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였다. "지난 번 채용 때 떨어지면 불이익이 있느냐", "명문대를 나오지 않아도 입사 가능하냐" "영업직에서 일하고 싶은데 어떤 점을 어필하면 좋을까" 등.

증권가 불황을 목격한 구직자들은 회사의 미래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묻기도 했다. 일부 구직자는 "저금리ㆍ저성장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어떤 해외 진출 전략을 갖고 있느냐",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던졌다.

1년새 채용 설명회 분위기가 확 달라진 것은 증권업계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각 변화 때문이다.

이날 채용설명회에 참가한 한 구직자는 "고등학생 때부터 증권사 IB 업무를 하고 싶어 상경계열에 진학했지만, 작년까지는 집안에서 다른 진로를 찾아보라는 압박이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증시가 살아난단 뉴스가 나오면서 부모님도 딱히 말리지 않는 눈치"라고 말했다.

이 구직자는 "브로커리지 중심의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증권사들이 점점 IB사업 비중을 늘릴 거라고 확신한다"며 "일이 힘들다고는 해도 여의도 입성은 오랜 염원"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애널리스트가 꿈이라는 다른 참가자는 이렇게 전했다.

"애널리스트 지망자로 분석해보건대, 증권 업황은 좋아질 것이다. 스트롱 바이(Strong buy)."

(산업증권부 김경림 기자)

klki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