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펀드 시장의 어른ㆍ여의도 평생 현역'이라는 수식어가 쫓아다니는 강창희 전 미래에셋 부회장이 트러스톤자산운용에 새 둥지를 틀었다.

영원히 '미래에셋의 강창희'로 남을 것 같았던 그는 이제 '트러스톤의 강창희'가 돼 또 한 번 펀드시장의 불을 밝히게 됐다.

강 대표는 11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10여년 간 투자교육을 실천할 수 있게 장을 마련해 준 미래에셋과의 인연, 그리고 혹여 노욕(老慾)으로 비춰질까 하는 우려가 트러스톤을 선택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아직은 펀드시장을 위해 젊은이들이 하지 못하는,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 그리고 개인적 바람이 남아있었다"며 "더불어 사회공헌 차원에서 포럼을 운용하고 싶다는 트러스톤의 비전에 공감해 영입 제의를 받아들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강 대표의 영입은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의 삼고초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2012년 말 미래에셋을 떠나 투자ㆍ연금 연구단체인 '미래와 금융'을 발족한 강 대표에게 어렵게 손을 내민 것은 황 대표의 선택이었다.

트러스톤 행을 결심한 강 대표는 얼마 전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다. 그의 진심을 담은 소박한 인사였다.

강 대표는 "서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어 경쟁사는 아니지만, 새로운 선택을 앞두고 그간 투자교육에 뜻한 바를 실천할 수 있게 도와준 곳에 대한 간곡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며 "마지막이 될 것 같은 트러스톤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좀 더 체계적인 투자연금 교육 프로그램을 실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 대표의 선택을 금융투자 업계에서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걸어온 그간의 행보 때문이다.

1973년 한국거래소에 입사하고 나서 4년이 지나 대우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20년간 대우증권의 명함을 유지했다. 리서치센터장까지 역임한 그는 현대투자신탁운용 사장으로 '바이(Buy) 섹터' 첫발을 내디뎠다.

강 대표는 여전히 현대투신 시절을 투자교육에 대한 꿈을 꾸게 된 계기로 손꼽고 있다.

그는 "현대투신 시절 '바이코리아펀드'로 국내 펀드 붐의 중심에 있으면서 큰 그림보다 '당장 내일 뭘 팔고 사지'를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며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그때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이후 굿모닝투자신탁운용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강 대표는 2004년 미래에셋으로 둥지를 옮겨 본격적으로 투자활동 교육에 전념했다. 특히 노후설계 교육 전문가로 활동하며 연금의 중요성을 역설하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부터다.

미국과 일본, 호주 등 연금 선진국에 비하면 한없이 부족한 국내 연금교육 현실에 대해 강 대표는 여전히 할 말도, 할 일도 많다.

강 대표는 "트러스톤에 출근한 지 이제 일주일, 아직은 낯선 이곳에서 앞으로 좋은 사람들과 체계적인 연금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며 "더불어 트러스톤도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수 있는 '올바른 자산운용사, 좋은 자산운용사'로 더욱 성장하길, 그 길에 내가 서 있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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