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네이버가 카카오 게임하기의 대항마로 내놓은 '밴드 게임' 서비스가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모바일 게임들의 '탈(脫)밴드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대를 모았던 신작들도 순위권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밴드 게임으로 먼저 출시됐던 모바일 퍼즐게임 '퍼즐푸'가 '돌리돌리푸'로 이름을 바꾸고 카톡 게임하기를 통해 9월 초 재출시됐다.
돌리돌리푸는 디즈니의 인기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를 원작으로 하는 게임으로 재출시되자마자 인기 게임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돌리돌리푸는 14일 현재 구글플레이 인기 무료게임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처럼 밴드를 먼저 선택했던 게임이 카카오 게임하기로 다시 출시돼 인기를 얻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한때 밴드 게임의 간판이었던 '신무'와 '역전맞짱탁구'가 대표적인 경우다.
특히 역전맞짱탁구는 지난 8월 말 카카오 게임하기에서 재출시된 이후 흥행 열풍을 몇주째 이어가고 있다. 밴드 게임 시절에는 최고 순위가 30위권에 불과했지만 14일 현재 구글플레이 인기 무료게임 6위까지 진입했다.
탈밴드 현상뿐만 아니라 출시작들의 성적표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도 또 다른 걱정거리다.
지난 8월 말 론칭해 히트작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약탈의 민족' 은 최근 들어 기세가 한풀 꺾였다. 네이버 측은 지난 3일 약탈의 민족이 구글플레이 인기 무료게임 순위에서 3위에 올랐다며 보도자료를 발표했지만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약탈의 민족은 14일 현재 구글플레이 인기 무료게임 3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나마 이 순위가 밴드 게임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다.
한 증권사 IT 담당 애널리스트는 "카카오톡이 게임 플랫폼으로서 한계가 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지만 여전히 카카오 게임의 위력은 대단하다"며 "특히 이용자 1인당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분기 기준 카카오 게임의 DAU(일별 활동 이용자 수)당 매출액은 2만6천167원으로 전분기 대비 14% 증가했다. 이용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과라는 분석이다.
이어 그는 밴드 게임의 부진에 대해 "밴드의 주 이용자층이 30~40대 장년층이라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상대적으로 10~20대 이용자가 많은 카카오톡에 비해 밴드가 게임 플랫폼 사업을 하기에는 불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조사기관 코리안클릭 역시 이와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코리안클릭은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밴드의 40대 이용자의 게임 이용률은 10% 미만에 불과하다"며 "기반 사용자층의 더딘 게임 유입으로 인해 밴드 게임이 초기 성장규모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밴드 게임 이용자는 124만명으로 전체 밴드 이용자(1천302만명)의 9.5%에 불과하다. 반면 카카오 게임 이용자는 1천624만명으로 전체 카카오톡 이용자(2천639만명) 가운데 61.5%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현재까지 밴드 게임에는 모두 40여 종의 게임이 출시됐다. 170곳의 개발사가 게임 개발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키를 발급 받은 상황이다.
네이버 자회사 캠프모바일 관계자는 "각종 장르에 대한 밴드 유저의 게임 수요가 확인된 만큼 밴드만의 소셜 그래프의 특성을 살린 게임이 성공할 수 있도록 긴 호흡으로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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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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