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몸집을 불려 성과를 내려는 전임 회장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지난 14일자로 '위기'의 포스코호 선장에 오른지 반년째 되는 권오준 회장을 두고 복수의 포스코 임원이 전한 말이다.

권 회장이 회장으로 내정됐을 때만 해도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재무구조와 수익성 개선이라는 직면한 문제를 헤쳐나갈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 임직원들이 많았다.

그러나 권 회장은 과감했고, 달랐다.

취임 직전 대우인터내셔널과 포스코켐텍, 포스코엠텍, 포스코플랜텍, 포스코ICT 등 상장 계열사 5곳의 최고경영자에 대한 인적쇄신에 나섰고, 일사분란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주도할 가치경영실을 만들었다.

철(鐵)을 빼고는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다는 구조조정의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행보였다.

이후 실제 포스코의 구조조정을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다. 비대해질대로 비대해져 그룹 전체의 수익성과 재무구조를 갉아 먹는 사업과 계열사들이 일차적인 대상이었다.

포스코-우루과이, 포스화인, 광양LNG터미널 등의 지분 매각이 시작됐고, 포스코엠텍의 도시광산사업부 매각도 진행됐다. 포스코플랜텍은 적자사업인 해양사업을 대폭 축소하는 구조조정안을 만들었다. 기업공개(IPO) 대상이었던 포스코특수강은 세아그룹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철강 유통회사인 포스코P&S와 건물임대ㆍ유지보수사업을 하는 포스메이트를 사실상 중간지주회사로 만들어 비슷한 사업을 하는 계열사를 묶었다.

반면에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등 그룹의 재무구조에 큰 도움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매물은 인수하지 않는 단호함을 보였다. 포스코는 대신 동양파워를 인수해 성장동력을 챙겼다.

최근엔 빚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자금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다. 소위 비부채성 자본확충 전략이다. 투자수요가 많다 보니 어쩔수 없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빚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더는 안된다는 의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구조조정은 신용등급 회복을 위한 전초다. 국제신용등급 'A'와 국내신용등급 'AAA'를 되찾는 것은 포스코의 자존심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이에 더해 현재 포스코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과정은 철강 본원의 경쟁력을 되찾고자 하는 권 회장의 의지와도 연결돼 있다.

권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찾아간 곳은 고객사였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대형 고객사들이 첫 방문지였다. 협력사도 챙겼다. 협력사와의 끈끈한 관계를 회복하는 것도 시급했다.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포스코의 문제를 찾고자 했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함께 제공한다는 '솔루션 마케팅'을 정착시키는 데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철강이라는 하드웨어를 제공하고, 그 철강이 좋은 조건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고객사를 도와 이익률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직원의 성과를 높이고자 내놓은 '혁신 포스코 특별보상제도'라는 파격적인 보상제도도 권 회장의 손에서 나왔다.

초과 실현이익이 10억원 이상인 프로젝트에 대해서 아이디어를 제안한 직원에게 보상금의 5%, 프로젝트 수행자에게 45%를 배분하는 것이다.

매서운 구조조정의 칼날에 대해 시장도 긍정적으로 돌아섰다. 권 회장이 취임했을 때 27만7천원이던 포스코 주가는 지난 12일 36만1천원으로 10만원 가까이 올랐다.

jwchoi@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