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 기업인 아람코가 평균단가격차(OSP differentals)를 대폭 낮추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정유업체들의 향후 실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90% 가량의 원유를 아람코에서 수입하는 에쓰오일의 경우 원가절감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보인다.

또 원유수입량의 70~80%를 중동에서 들여오는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등에도 혜택이 확산될 전망이다. 중동산 원유 가격 또한 아람코가 평균단가격차를 반영해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아람코는 아시아 시장에 판매하는 원유인 아랍 라이트(Arab Light)와 아랍 미디엄(Arab Medium)의 10월 판매분에 적용되는 평균단가격차를 각각 배럴당 -0.05달러, -1.85달러로 책정했다. 이는 전월 대비 배럴당 1.5~1.7달러 하락한 가격으로 역대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단가격차란 산유국이 실제로 판매하는 원유 가격과 벤치마크 가격 간의 단가 차이를 의미한다. 아람코는 두바이 유가에 평균단가격차를 더해 아시아 시장에 판매하는 원유의 판매 가격을 산정한다. 예컨데 벤치마크인 두바이유의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인데 실제 판매 가격이 101달러라면 평균단가격차는 1달러가 되는 셈이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아람코가 아시아 시장 평균단가격차를 낮춘 만큼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성은 개선된다. 평균단가격차가 줄어든 만큼 원유도입가격이 하락하고 정제마진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간 국내 정유사들은 정제마진 축소로 적자를 지속해왔다. 지난 2분기 에쓰오일은 정유부문에서 1천534억원의 영업손실을 봤고,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도 각각 2천149억원, 1천734억원의 정유부문 영업손실을 낸 바 있다.

올해 3분기 들어서도 정제마진이 악화일로를 보이자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지난 2분기 배럴당 5.8달러 수준이던 정제마진은 3분기 4.2달러 수준까지 떨어져 정유사들의 시름도 더욱 깊어진 상태다.

그러나 아람코가 평균단가격차를 낮춘 것을 계기로 국내 정유사들도 실적 개선 기회를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인하된 평균단가격차는 오는 11월 이후 국내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에 본격적으로 반영돼 4분기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에쓰오일의 지난해 원유도입량은 2억1천400만 배럴이었다. 할인된 평균단가격차가 배럴당 1.6달러 수준이라는 점과 90% 가량의 원유를 아람코를 통해 수입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3천200억원 수준의 원가 절감이 가능해진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도 마찬가지다. 아람코를 통해 직수입하는 원유량은 전체 대비 10% 내외에 불과하지만, 중동산 원유 전체에 가격인하 효과가 반영된다면 함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기준 2억8천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했고 GS칼텍스도 같은 기간 2억5천만 배럴의 원유를 해외에서 들여왔다. 이에 전문가들은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도 각각 2천300억원, 1천700억원 수준에서 영업이익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4분기에는 정유부문 적자 폭이 줄어들면서 정유사들의 전체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평균단가격차가 현행 수준을 이어가면서 정유업황 개선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아람코 측이 평균단가격차를 낮춘 것은 아시아 시장의 정제마진 약세에 기인한 것"이라며 "향후 정제마진 회복되면 평균단가격차는 다시 제자리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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