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찔레곤에 있는 크라카타우포스코 일관제철소 고로(※포스코 제공)>



(찔레곤<인도네시아>=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서쪽으로 100km 떨어진 찔레곤(Cilegon)으로 달려가면 동남아시아 최초의 일관제철소인 크라카타우포스코가 나온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방문한 찔레곤은 적도에 위치한 탓인지 날씨가 매우 후텁지근했다.

날씨도 덥고, 호주산 보다 질이 떨어지는 철광석, 느긋한 국민성 등 어느 것 하나 유리하지 않은 입지조건이다. 더군다나 인도네시아는 수마트라섬의 강진으로 23만명의 사망자를 냈을 정도로 자연재해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제철소를 짓기엔 찜찜한 구석이 여럿이다.

민경준 크라카타우포스코 법인장 조차도 "적도에 위치한 제철소는 사실 거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포스코는 기어코 인도네시아의 국영 철강사 크라카타우와 손을 잡고 연 300만t을 생산하는 일관제철소를 세웠다. 동남아시아 시장의 잠재력 때문이었다.

인도네시아의 1인당 연간 철강소비량은 49kg에 그친다. 1천kg가 넘는 한국보다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6억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아세안(ASEAN) 지역을 생각하면 달라진다. 한국의 1인당 철강 소비량 만큼만 올라오면 '황금의 땅'으로 변한다.

포스코가 아세안 중 가장 큰 철강시장을 가진 인도네시아에 일관제철소를 지은 이유다.

크라카타우포스코의 고로에서는 쇳물이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매일 8천300t이 나온다.

압연 공정에서는 슬라브로 조선용 후판이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었다. 뜨거운 슬라브에 롤링작업이 이뤄지면서 다양한 모양의 후판이 나왔다.

고로에 불을 붙인 지 5개월 만에 제선과 제강, 압연 등 모든 공정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곳에선 슬라브와 후판을 연간 150만t씩 생산할 수 있다.

포스코가 이곳에 제철소를 짓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현지의 철공급 상황이 좋지 못하다 보니 공사 부지에 쌓아둔 철근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날도 많았다. 노동 강도가 크지 않은 현지인의 특성 탓에 공기를 맞추는 일도 어려웠다.

지난 1월엔 고로의 하부가 일부 파손돼 일주일 간 가동이 멈추는 사고도 발생했다.

그러나 포스코는 재빠르게 조업을 정상화 시켰다. 수십년간 다져온 글로벌 철강사로서의 뛰어난 대응력을 보여줬다.

생산이 궤도에 오르니 판매도 순풍을 타고 있다.

슬라브와 후판 판매량은 월 목표량인 20만t을 넘어섰다. 올해 인도네시아에서만 슬라브 94만1천t과 후판 28만5천t을 판매할 계획을 세웠다.

해외 공급분까지 감안하면 크라카타우포스코의 올해 판매량은 175만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까지 인도네시아 내수 시장 점유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려 안정적인 정착에 나서겠다는 게 포스코의 목표다.

인도네시아 중공업회사 찌트라조선과 코린도중공업을 포함해 캐터필러와 같은 글로벌 기업도 크라카타우포스코의 고객이 됐다.

코린도중공업 등 현지 중공업체와는 장기판매협력을 통해 전략적인 네트워크를 만들 예정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최근 강조하는 '솔루션 마케팅'으로 소프트웨어도 같이 제공한다는 것이 크라카타우포스코의 목표다. 이를 위해 포스코의 솔루션센터와 협력해 인도네시아의 토목ㆍ구조학회 등 고객사를 초청해 관계를 돈독히 한다.

크라카타우포스코만의 가스파이프 라인용 강재를 개발해 판매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계가 판을 치는 유통망에서 한국계 유통업체를 키워 유통시장에서 크라카타우포스코의 위상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다.

포스코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크라카타우포스코가 생산하는 핫코일을 인도와 베트남에 있는 냉연공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아세안 내에 무역 관세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 내놓은 방안이다.

이를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해 포스코는 2단계 투자로 지금의 두 배인 연산 600만t의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절반은 인도네시아에 팔고, 나머지는 다른 동남아 권역으로 수출하는 것이다.

증설하는 과정에서 냉연과 선재 등 부가가치를 높일 만한 공정도 더해질 수 있다.

포스코는 현재 크라카타우와 내년 6월을 목표로 2단계 투자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타결시점에서 2년 내 증설공사에 돌입한다.

물론, 크라카타우포스코가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크라카타우포스코의 생산성은 광양은 물론 포항보다도 떨어진다. 적자를 내는 크라카타우포스코 탓에 크라카타우도 손실을 봤다.

민 법인장은 "제선과 제강 등에 노하우가 있는 포스코의 기술력을 이식하고, 현지인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해 원가절감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쯤이면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다만, 근로자들의 임금상승, 일본 철강사들의 진출은 위협이다

작년 크라카타우포스코 근로자들의 임금은 전년보다 44% 올랐다. 앞으로 더 오를 여지는 있다.

일본 철강사들은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동남아시아 진출을 위한 기회를 엿보고 있다. 무산됐지만 신일본제철-스미토모금속(NSSMC)은 지난 2012년 크라카타우와 하공정인 자동차용 아연도금강판(CGL)을 생산하려고도 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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