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금융계와 산업계에서는 각각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과 LG, 애플의 전쟁은 생존을 위한, 피냄새가 진동하는 외부 영토 싸움의 성격이다. 카이사르가 지배하던 로마 제국이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팍스 로마나(Pax Romana)'의 기치를 내걸던, 마치 성전(聖戰)과도 같은 생사가 걸린 싸움이다. 여기서 밀리면 시장에서 사라진다는 절박한 각오가 엿보인다.

삼성은 애플의 아이폰6에 대항하기 위해 갤럭시노트4 조기출시를 단행해 선전포고를 하고 있고, 뒤따르는 중국을 격파하기 위해 고육책으로 중저가 제품 전략을 과감하게 수립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최근 국제 행사장에서 벌어진 삼성과 LG의 물리적인 마찰은 헤프닝 정도다. 적의 심장을 들여다보기 위한 숨은 노력이 얼마나 치열한지 엿보이는 부분으로 의미 부여할 수 있다. 세계 시장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는 양사의 가전부문은 중국의 저가제품을 추격을 따돌리면서 서로를 견제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 사이 국내 금융계에서 전쟁이라지만 또 다른 이전투구 집안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KB사태'로 일컬어지는 금융계 내부의 전쟁은 전쟁이라기 보다 내부 싸움이다. 국가적 아젠다나 전략과는 관계없이, 소모적이며 집단 이익에 반하는 성격으로 대비된다. 제3세계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권력 쟁취를 위해 죽고 죽이는 암투와 다를 바 없다.

각자가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공감을 얻기 어려우며, 권력의 대리전으로 오해를 사기 십상인 졸렬한 분쟁일 뿐이다.

산업계의 전쟁이 각자 기업과 국익을 위한 사투의 성격이라면, 금융계의 내전은 반기업, 반국익의 일일 뿐이다.

양 전쟁에 대한 정부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이미 한국이라는 좁은 땅을 떠나 세계와 싸우는 제조 대기업들에 대해서 정부의 역할은 예전에 비하면 극히 미미하다. 그들의 활약에 정부가 간여하거나 기여할 틈이 없어졌다. 그만큼 한국의 대기업은 초국가적인 지위에 올라서 있다.

반대로, 국내 금융계에서 벌어진 소란은 정작 역할을 해야할 정부당국의 교통정리 역할도 부실하다. 금융산업의 발전이나 제도개선같은 국민과 국가를 위한 일과는 전혀 동떨어진 일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빠른 판단으로 국민과 업계에 정서에 맞춰 신속하게 매듭지어야 하는 게 당국의 역할이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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