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을 이끌고 있는 최지성 실장(부회장)이 소설가 복거일씨에게 삼성 계열사 사장단을 상대로 조언을 해달라고 권유했다.

복씨가 17일 오전 삼성 서초사옥에서 그룹 계열사 사장단을 대상으로 '최신 인공지능 트렌드'를 주제로 약 50분간 강의한 자리에서다.

강의를 마치고 나온 복씨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구체적인 얘기보다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복씨는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이 자신에게 "최근 언론 기고도 하셨는데, 삼성 사장단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보시라"고 권했고, 이에 대해 삼성이 관료주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거대화된 조직은 외부 시선을 피하기 위해 내부적인 방법을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관료주의에 빠지게 되는데, 삼성도 이러한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씨는 "모든 조직의 문제는 관료주의와의 싸움이고 어떠한 조직이든 여기(관료주의)에 빠져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조언도 내놨다.

복씨는 "이 부회장이 지금까지 한 번도 꿈을 보여준 적이 없는데 이제는 꿈을 내놓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니 곧 자신의 꿈을 보여줄 것으로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삼성 사장단을 대상으로 강의에 나선 복씨는 자연과학적 사고에 기반한 상상력을 발휘해 과학 소설을 주로 써왔다.

삼성이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인공지능에 대해 설명 해줄 대상으로 복씨를 꼽은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으로 보인다.

복씨는 배우 장동건이 주연한 공상과학(SF)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원작 소설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 2009년까지 계속됐다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상상력에서 나온 영화다.

최근에는 언론 기고를 통해 삼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기고에서 과학 소설에 나오는 조익기(鳥翼機)를 삼성이 나서서 산업화해볼 것을 권하기도 했다.

조익기는 하늘을 나는 새처럼 양 날개를 아래위로 움직이며 날아가는 비행기다. 다만, 복씨는 이날 강의에서는 조익기 등 새로운 사업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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