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최근 증권사 핵심 인력의 자산운용사 이직이 잇따르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원선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내달 트러스톤자산운용 리서치 부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17일 연합인포맥스가 송고한 '여의도 女1호 리서치센터장, 트러스톤 간다'기사 참고)

앞서 지난 6월 문기훈 전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신협중앙회 자산운용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연소 센터장'이란 수식어로 유명한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센터장도 최근 알리안츠자산운용에서 새 둥지를 틀었다.

리서치센터장의 자산운용사 이동은 그동안에도 심심찮게 있었다.

김학주 한가람투자자문 부사장이 예전 삼성증권에서 우리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것을 시작으로, 올해 초에는 박희운 전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삼성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스타급 리서치센터장의 자산운용사 행보는 매년 꾸준히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인력이동이 센터장을 넘어 업종 애널리스트 등 전방위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 출신의 과장급 애널리스트들이 자산운용사로 연달아 이동했고, KB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 동부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의 RA, 또는 대리급 애널리스트들도 자산운용사 행을 선택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리서치 조직을 강화하는 자산운용사 트렌드가 셀(sell) 섹터에서 바이(buy) 섹터로 이동하는 업계 분위기와 맞아떨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형사가 아닌 이상 자산운용업계가 자체적인 리서치팀을 꾸리기보다 계열 증권사 리서치팀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제는 자체적으로 리서치 팀을 꾸려 기관 등의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펀드매니저 양성에 힘쓰는 자산운용사가 리서치와 운용을 겸하는 매니저를 확대하며 애널리스트 경험이 있는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하는 셈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그간 자산운용사들은 전반적인 시장 분석이나 IT와 자동차 등 대형주 위주의 섹터 애널리스트들을 영입했지만, 이제는 교육이나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잘나가는 애널리스트 영입에도 혈안이 돼 있다"며 "센터장을 비롯해 능력 있는 업종 애널리스트의 종목을 발굴하는 실력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오히려 연배가 있는 센터장급보다 소위 '잘나가는' 업종 애널리스트를 모시기가 더 어려울 때가 많다"며 "앞으로 셀 인력의 바이섹터 이동이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끊임없는 증권가 구조조정 분위기가 이러한 인력이동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대표는 "2000년 초반, 2008년 금융위기 직후만 해도 증권사에서 미래를 찾는 인력이 많았지만, 이제는 다 옛말"이라며 "금융지주계열사 경영전략만 봐도 증권사보다는 운용사에 힘을 실어주는 곳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대적인 업황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증권가 구조조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이러한 업계 분위기를 반영해 구조조정을 기회로 삼아 자신의 진로를 재탐색하는 증권맨들이 늘어난 결과"라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