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목표물 장기대출 프로그램(TLTRO)과 깜짝 금리인하를 발표했지만, 은행권을 통한 자금 중개는 미진한 것으로 진단됐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하면 경기저해 리스크로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김좌겸 한은 국제경제부 선진경제팀 과장은 19일 '유로지역 기업의 자금조달 현황 및 시사점'을 통해 "올해 들어 유로지역 경제가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음에도 기업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은행대출이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유럽 중심국과 주변국간 자금조달 금리격차까지 확대되면서 유로지역 경제의 회복세 지속에 대한 우려가 증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중앙은행은 유로화 약세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까지 유발할 수 있는 경기 부진을 막고자 지난 6월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이와 함께 예금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추고 민간 대출을 유도하는 LTRO 시행도 알렸다. 불과 3개월이 지난 4일에는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이런 노력에도 대출증가가 미진해 시중으로 유동성이 흘러들어 가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대출감소세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아일랜드 등 주변국의 기업대출에서 주로 나타났다.





김 과장은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중심국에서는 최근 10년간 그 수준에 큰 변화가 없었지만, 주변국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다"며 "주변국의 경우 중소기업이 국민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측면에서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다시 금융여건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소기업이 전체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독일이 50% 수준이지만,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65%까지 높아진다.

이처럼 기업에 대한 대출 감소가 경기 우려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은 유럽권 기업이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로지역의 비금융기업의 대차대조표를 보면 부채 중 채권발행이 4%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은행 대출은 30%를 나타내고 있다. 돈이 부족하면 은행부터 찾는 셈이다. 미국 비금융기업의 채권발행 잔액이 40%대를 지속하는 점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김 과장은 "유로지역 기업들의 은행대출 여건 악화는 대출수요와 공급의 동반 부진 현상 때문일 것이다"며 "기업들은 경영환경과 고부채 구조 개선 노력, 은행들 역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상태에서 ECB의 금융기관 종합평가에 대응해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ECB의 금융기관 종합평가와 후속조치가 성공적으로 완료되기 전까지 기업의 은행대출 여건은 본격적으로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결국, ECB의 완화 조치도 당분간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과장은 "TLTRO가 대출 순증액 기준으로 이뤄진다 하더라도 중소기업에 돌아갈 유인이 적어 비관론이 함께하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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