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연락처 dollar@kita.net

▲숲속에서 길을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안다. 그게 얼마나 아득하고 답답하며 초조한지를…. 가도 가도 길은 나오지 않고 되레 낯선 풍경이 앞을 가로막는다. 대체 이전에 본 기억이라고는 전혀 없는 풀과 나무, 바위뿐이다. 여기인가 저긴가? 갈림길에 들어설 때마다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선택해야 하는데, 확신이 가지 않는다. 이러다가 정말 산속에서 조난당하는 것이 아닐까? 해는 점점 서산으로 기울고 덜컥 겁이 나는 순간, ‘구세주’가 나타났다. 이정표다. “왼쪽으로 1.5Km” 이제야 살았구나. 두려움은 눈 녹듯 사라진다.

주식도 같다(외환이라고 다를 바 있겠는가?). 매일매일 사거나 파는 거래를 되풀이하긴 하는데 영 자신이 없다. 오르기를 기대해서 내가 산 주식은 줄곧 하락하기만 하고, 적당한 값에 사들이리라 눈여겨보는 놈은 도무지 떨어질 줄을 모른다. 시장의 방향은 보이지 않고 불확실성만이 가득하다. 사든지 팔든지 매 순간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확신이 가지 않는다. 이러다가 정말 큰돈을 잃고 파산하는 것이 아닐까 겁이 덜컥 난다.

금융시장에도 산속에서처럼 ‘이정표’가 있으면 좋겠다. “정상까지 2Km, 이후 가파른 내리막길이니 주의할 것”이라며 친절하게 안내하는 지표가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꼬. 하지만, 알다시피 그런 이정표는 없다. 아니 정확하게 말한다면 있다. 시장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예컨대 산속의 이정표 같은) 지표는 존재하지 않지만, 투자자가 이정표로 사용한 것을 스스로 만들 수는 있다.

정확한지 어떤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조금 틀려도, 약간 부정확하여도 상관없다. 설령 정확하지 않더라도 이정표가 없는 상황이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게 얼마나 답답하고 아득하며 초조한지!

지난주 칼럼에서 ‘달랑 하나만 쓰는’ 기술적 지표를 언급하였더니 몇 통의 메일을 받았다. 아무래도 독자들의 관심이 많이 가는가 보다. 그런데 뭐 비법이라는 것은 없다. 원칙은 쉽다. 거듭 강조하는 말이지만 시계가 많아 보았자 아무 소용없듯 지표가 많아 보았자 혼란만 있을 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지표라고 하여 그게 100퍼센트 맞는다는 보장도 없다(알다시피 이 칼럼에서 나는 자주 ‘헛소리 전망’을 일삼고 있지않나?). 이동평균이든 RSI든 당신이 잘 알고 익숙한, 쉬운 지표를 하나 골라서 그걸 평생의 ‘이정표’로 삼으라. 그게 비법이다. 인생 별거 없듯이 시장이라고 하여 뭐 별거 있겠는가?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지난주 나는 일목균형표 구름을 의사결정의 ‘이정표’로 삼았다. 지난주야말로 진짜 갈림길이었다. 코스피지수가 2,029에 걸려 있는 구름 하단을 무너뜨리고 내려간다면 만사휴의, 상승세는 끝나고 하락세가 시작된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반면 지수가 2,029에서 지지를 받고 반등한다면 ‘위기가 곧 기회’라는 속담처럼 그때가 저점매수할 절호의 시기이며 주가는 기존의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여도 무방하였던 터. 결과가 어떠하였는지 당신이잘 알고 있다.

참으로 아슬아슬하게도, 풍전등화, 하락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일촉즉발이었던 지수는 2,029를 무너뜨리지 않았고, 그런즉 추세는 하락세로 돌아서지 않았다. 스코틀랜드가 독립하지 못하였고 옐런 의장의 비둘기파 발언이 이어졌다는 등의 ‘핑계거리’도 있으나 여하간 차트에서는 지수가 튼튼하게 지지를 받았으니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번 주라고 하여 예외가 될 리는 없다.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에도 무너지지 않았던 추세가 하필이면 이번 주에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상승세의 강도는 다소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구름 위를 훨훨 날아다니던 예전의 흐름이 많이 사라졌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준선과 전환선의 관계를 보더라도 현재 상황은 전환선이 기준선 아래에 놓여 있다. 정상적인 상승추세의 위치가 아니다. 거기에다 전환선의 방향도 꺾였다. 아울러 후행스팬 역시 26일전 캔들 속에 들어가 있는 상태이다. 후행스팬은 26일전 캔들에 저항을 받을 참이므로 코스피지수 역시 마찬가지의 운명이 될 것이다.

위기는 아슬아슬 넘겼으나 완전하게 추세가 회복된 것은 아니다. 후행스팬으로 미루어 코스피지수는 당분간 2,060~2,080 언저리의 강력한 저항을 만나 횡보를 이어갈 공산이 높다. 비유한다면 이정표를 발견하여 일단 방향은 찾았지만 아직도 정상으로 가는 길은 확실치 않은 상태. 당분간 ‘암중모색’의 단계가 이어지겠다.

(달러-원 주간전망)

사실을 말한다면 요즘 나는 차트를 보면서 마음이 그리 편하지 않다. 달러-원 환율의 추세와 코스피지수의 추세가 서로 반대방향이기 때문이다. 달러-원이 오르면(원화 약세) 주가는 내려가고, 환율이 내리면(원화 강세) 코스피지수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고 상식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게 맞지 않으니 문제다.

차트를 살피면 앞서 언급하였듯 코스피지수는 아슬아슬하건 어쨌건 상승세를 이어가는 꼴이다. 그러나 달러-원 환율은 명백하게 상승세이다. 일목균형표에서 달러-원은 구름을 아래쪽으로 까마득하게 누르고 훨훨 상승으로 날고 있다. 이처럼 ‘주가도 오르고, 환율도 오르는’ 현상은 보기 드문 일. 내가 아는 ‘상식’과도 배치된다. 이러니 차트를 보면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게다.

둘 중의 하나는 잘못되었을 터. 이런 불편한 동거를 끝내고 정상적인 상태, 혹은 우리가 ‘상식’으로 부르는 상황이 되기를 기대한다. 주가가 상승세이니 환율이 하락세로 뒤바뀌거나, 혹은 환율이 상승세이니 주가가 하락세로 뒤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그게 어느 방향일지는 아직 모르겠다.

단기적으로 전망한다면 약간 ‘조정’이 나타날 낌새는 보인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주에도 꽤 올라 1,040원을 넘겨 장중 1,050원마저 건드렸다. 1,050원 언저리까지 왔으니 ‘심리적’ 저항을 다소 받으리라 예상되는 대목이다. 물론 그렇다고 추세마저 후다닥 하락세로 바뀔 것으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말이다. 지난 금요일(9월19일)에 커다란 도지(doji)까지 만들어졌으니 그걸 고비로 약간의 조정 정도는 나타날 법하다.

추세야 여전히 상승세로 믿어지므로 조정은 달러 매수포지션을 쌓을 기회. 1,035원 정도를 노리고 싶다.



(서울=연합인포맥스)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