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정지서 기자 = 주진형 대표 선임 이후 파격적인 정책을 잇따라 내놓은 한화투자증권이 흔들리고 있다.

'셀' 보고서 의무화, 레버리지펀드 신규 판매 중단, 거래 수수료 정액제 등 주 대표의 업계 관례를 깬 실험에 내부 반발이 커져 대규모 인력 이탈까지 나타났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의 기업분석파트에는 현재 보고서를 낼 수 있는 애널리스트가 단 1명 남아 있다.

지난해 9월 12일 주 대표가 선임된 이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 15명이 회사를 떠났다. 섹터 애널리스트 10명 가량이 나갔고, 2명은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후 2명의 애널리스트가 추가로 들어왔지만, 이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분석 개시를 하지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앞세운 애널리스트 인력 조정 과정에서 잡음도 발생했다.

한화투자증권은 특정 섹터에 시니어 애널리스트가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시니어 애널리스트를 영입했다. 업종에 따라 복수의 시니어급을 두기도 하지만, 이번 상황은 달랐다. 기존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결국 회사를 떠났다.

연이은 인력 이탈을 메우기 위한 타사 접촉도 서슴지 않았다. KB투자증권에서 옮겨온 한화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알고 지낸 후배 애널리스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접근했다. 증권업계에는 상도덕 논란이 일었다.

작성자의 고충을 생각하지 않고 셀 리포트를 의무적으로 내라는 것은 물론, 셀 리포트를 내지 않으면 직무유기를 하는 것처럼 기존 보고서를 범죄 취급하는 문화에 기존 애널리스트들은 회사를 떠났다.

한 애널리스트는 "한화투자증권 리서치는 기피 하우스가 된 지 오래"라며 "이 때문에 요즘 같은 불경기에 애널리스트가 신규 채용되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 한화투자증권은 기업분석 외에 투자전략, 채권 쪽에서도 이직을 고려하는 직원이 상당수다. 또한 공채로 들어와 법인 영업만 하던 직원들 사이에서도 회사 경영방침에 반기를 드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브로커리지 부문의 인력 이탈도 심상치 않다. 잦은 매매가 오히려 수익률을 망가뜨렸다며 약정 관련 성과급 체계를 없앤 게 화근이 됐다.

특히 한화투자증권에서 약정 선두에 있던 지점 직원들은 이에 반발, 중소형 증권사로 대거 이동했다.

실제로 A 증권사는 회사 전체 약정 규모 상위 10명의 인력 중 절반 이상이 최근 한화투자증권에서 이직한 '선수'들이다.

또 거래 수수료를 정률제에서 정액제로 바꾸면서 고액 투자자를 제외하고는 수수료가 더 늘어나자 고객들도 많이 빠져나갔다. 지점의 고충은 더해진 상황이다.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기존 관행에 대한 반성은 좋지만, 매도 리포트나 고위험 종목군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투자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기존 업계를 부정하고 매도하는 행위"라며 "리더십보다 쇼맨십에 기대 직원들 이탈을 내버려두면 결국 회사 경쟁력은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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